[앵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 날 밤,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국회로 모였는데요.
집회에서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이가 자신을 '천주교인'이라고 소개한 뒤 성가를 불러 깊은 울림을 줬습니다.
김정아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국회 본청 앞 계단을 가득 메운 시민들.
집회 마지막 발언자로 나서 자신을 '천주교인'이라고 소개한 이는 고하나 씨였습니다.
짤막한 소개만을 남긴 채 무반주로 노래를 부르겠다고 밝힌 고 씨.
<고하나 리디아 / 서울대교구 오류동본당>
"종교를 떠나서 하늘 무서운 줄 아는 사람은 그러지 않습니다. 노래 한 곡 불러드리겠습니다."
♬ 성가 '아무것도 너를'
"아무것도 너를…슬프게 하지 말며…아무것도 너를…혼란케 하지 말지니…"
희망과 위로의 선율이 울려 퍼지자 시민들은 좌우로 촛불을 흔들며 고 씨와 함께했습니다.
고 씨의 노래는 큰 반향을 일으켰고, SNS에 올라온 영상은 조회수 142만 회를 기록했습니다.
영상에 달린 2600여 개 댓글에는 "암흑시대에 순교하신 신앙선조들의 엄중한 고백이 떠오른다", "계엄령에 얼어붙은 마음이 당신의 노래에 사르르 녹았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고씨가 부른 성가는 '아무것도 너를'입니다.
인생을 바라보게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것이 고씨가 이 성가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고하나 리디아 / 서울대교구 오류동본당>
"성녀 데레사의 기도문을 노래로 만든 건데 이 노래 안에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되는 것과 그리고 큰 틀에서 인생을 바라보게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고 씨는 "성가가 가진 힘이 크다"며 "집회에 참여한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고하나 리디아 / 서울대교구 오류동본당>
"성가가 가진 힘이 굉장히 크거든요. 그래서 이 성가를 많은 분들께 불안하고 혼란할 때 들려드리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고 씨는 혼란한 시국을 초래한 모든 정치인이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고하나 리디아 / 서울대교구 오류동본당>
"천주교 내에서 무급으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으시잖아요. 그 낮은 곳에 있는 분들에게 많이 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신은 분명히 계시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그분께 인정받는 지도자가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리는 마음입니다."
고 씨는 앞으로도 하느님의 메시지를 목소리를 통해 표현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혼란한 시국 속에서 한 천주교인이 부른 성가는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졌습니다.
CPBC 김정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