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최근 이탈리아 주교회의가 동성애 남성의 사제서품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문헌을 승인했다는 내용이 주요 외신들을 통해 일제히 보도됐다. 이탈리아 주교회의는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국내 언론들도 이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보도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매체들은 9일 이탈리아 주교회의가 발간한 ‘이탈리아 교회의 사제 양성 : 신학교를 위한 지침과 규칙’ 문헌을 교황청이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문헌이 “동성애를 지향하더라도 독신으로 남을 경우 사제서품 허용을 승인한다”는 내용을 담았다면서 해당 지침이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될 방침이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이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논란이 된 사항은 44항이다. 해당 항목에는 “사제 양성 기간 중 신학생들이 동성애 성향을 발견하더라도 성적 지향은 인격의 전체적인 특성 안에서 파악해야 한다”면서 “사제 양성 교육의 목표는 인격의 전체적 틀 안에서 책임감 있게 독신생활을 하는 능력이다”라고 명시돼 있다.

문헌 내용이 논란으로 확산된 것은 미국 예수회 회원으로 성소수자 권리 신장에 앞장서고 있는 제임스 마틴 신부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이 조항을 언급하면서다. 마틴 신부는 “사제 양성 교육 중 신학생의 성적 지향은 한 사람의 성격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교황청이 신학교 입학을 단순히 동성애자라고 해서 결정될 수 없다고 본 것은 처음”이라고 게재한 것이다. 이를 주요 외신들이 “독신을 유지하면 동성애자라도 사제가 될 수 있다”고 잘못 보도한 것이다.

이탈리아 주교회의가 즉각 반박하고 나섰지만, 이와 관련한 혼란을 불러일으킨 뒤였다. 이탈리아 주교회의 성직자위원회 위원장 스테파노 마네티(피에솔레교구장) 주교는 “동성애 지향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며, 동성애 성향을 가진 이들을 존중하지만, 신학교에는 입학할 수 없다”며 “교회의 동성애자 사제직 불허 원칙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고 기존 교회 방침을 거듭 밝혔다.

마네티 주교는 “44항은 2016년 12월 교황청 성직자부가 발행한 문서 「사제 성소의 선물」 199호에 명시된 내용을 인용했고, 2005년 당시 가톨릭교육성이 발행한 성소 식별 기준에 관한 지침 내용을 반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두 문서에는 동성애적 성향을 가진 사람은 신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특히 2005년 문서에서 사제직이 불허된 이들에 관해 “동성애를 실천하거나 동성애 지향을 두고 있는 이들과 동성애를 지지하는 사람들”이란 내용을 담고 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