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 이탈리아의 항해사이자 신대륙 초기 탐험가인 ‘아메리고 베스푸치’의 이름을 딴 이탈리아 해군 함선이 2025년 희년 기념 경당으로 지정됐다.
아메리고 베스푸치호 운영 선박회사가 9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이탈리아 군종교구장 산토 마르시아노 대주교는 베스푸치호를 희년 경당으로 공식 발표했다. 마르시아노 대주교는 “베스푸치호의 지난 긴 항해 동안 여러 사제가 교대로 조용히, 그러나 매우 효과적으로 선원들의 삶을 영적으로 이끌고자 동반했고 선원들 또한 희망의 희년인 올해 이처럼 특별한 방식으로 사목적 돌봄을 받을 것”이라며 “아메리고 베스푸치 선상 경당은 바다에서의 선교활동 중 경건한 순례를 위한 희년의 장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양사목을 하는 돈 마우로 메다글리니 신부가 희년 시기, 베스푸치호 선원들과 동반하는 임무를 맡는다”라고 설명했다.
1931년 건조된 베스푸치호는 현재까지 이탈리아 해군 훈련함으로 오랫동안 바다를 누벼온 역사적인 함선이다. 2023년 7월부터는 이탈리아의 문화대사로 전 세계를 순항하며 5대륙의 여러 도시에 정박하고 있다. 마르시아노 대주교는 “군인들 사이에 자리한 교회 또한 세상이 하느님께 기대하는 희망의 표징을 세우고 싶어한다”며 “하느님께서 군에 맡기신 희망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희년 기념 경당으로 지정한 이유를 밝혔다.
베스푸치호 선상에는 성전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지만, 해양사목 사제들은 선미 갑판이나 선실 안 아트리움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있다.
마르시아노 대주교는 “베스푸치호가 희년 기념 경당으로 지정됨으로써 해군은 전대사 등 교회의 자비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25년 또는 50년마다 돌아오는 가톨릭교회 희년은 은총과 순례의 성년을 의미한다. 지난해 12월 24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성문을 활짝 열며 시작된 희년은 2026년 1월 6일까지 이어진다. 가톨릭 신자들은 희망의 순례자로서 교구별로 정한 순례지에서 전대사의 은총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