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 연합회 제7대 총재 아빠스(Abbot president)에 하비에르 아파리시오 수아레스(Javier Aparicio Suárez) 신부가 선출됐다.
상트 오틸리엔 연합회는 창설 이후 처음으로 독일 이외 지역인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문화영성센터에서 총회를 개최하고 18일 투표를 거쳐 신임 총재 아빠스를 뽑았다.
1969년 스페인에서 태어난 하비에르 신임 총재 아빠스는 1994년 사제품을 받고, 1999년 독일 성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에 입회했다. 로마 안셀모 대학교에서 수도자 양성 코스를 수료하고, 수련장을 지내기도 했다.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있는 라바날 수도원 설립에 참여한 후 2010년부터 2021년까지 공동체 원장직을 맡았다. 이후 독일로 돌아가 연합회 선교담당 총무로 봉사하다 이날 총재 아빠스로 선출됐다.
베네딕도회는 자치 수도원의 연합 형태인 19개 연합회와 어떤 연합회에도 속하지 않은 수도원들로 구성돼 있다. ‘총재 아빠스’는 개별 연합회를 대표하며, 베네딕도회 총연합을 대표하는 자리는 ‘수석 아빠스’(Abbas primas)라 칭한다. 하비에르 신부가 총재 아빠스로서 맡게 된 상트 오틸리엔 연합회에는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을 비롯해 전 세계 21개 자치 수도원의 1000명 넘는 수도자들이 함께하고 있다.
총회는 4년마다 오틸리엔 연합회의 모원 격인 독일 성 베네딕도회 상트 오틸리엔 수도원에서 개최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상트 오틸리엔 연합회 예레미아스 슈뢰더 총재 아빠스가 연합회 전체를 대표하는 수석 아빠스가 되면서 그간 오틸리엔 연합회 총재 아빠스 자리가 공석 상태였다.
이에 본래 15~23일 왜관에서 예정됐던 아빠스와 자치 수도원 원장 모임을 총회로 격상해 개최하게 됐고, 30개국 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총재 아빠스를 새로 선출한 것이다. 총회가 독일 이외 지역에서 열린 것은 1884년 연합회 창설 이후 141년 만에 처음이다.
총재 아빠스 선출 이튿날인 19일에는 김희중 대주교 주례로 아빠스 축복식이 거행됐다. 수도규칙에 명시된 장상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서약과 성인 호칭 기도, 반지·모관·지팡이 수여식 등이 진행됐다.
슈뢰더 수석 아빠스는 아빠스 축복 미사 강론에서 “오틸리엔 연합회는 전 세계 베네딕도회 가족의 중요한 구성원이며, 연합회와 수도원은 교회가 무엇인지, 사랑의 친교가 무엇인지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비에르 총재 아빠스는 우정을 형성하는 데 큰 달란트가 있다. 이미 맺은 우정을 돈독히하고 새 우정을 맺는 데 누구보다 잘할 것이라 믿는다”며 “새 총재 아빠스가 오틸리엔 연합회의 경험과 지식, 순수한 열정을 전 세계 수도생활에 알리고 기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비에르 신임 총재 아빠스는 “연합회 소속 모든 공동체를 방문해 형제들과 현존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는 “왜관에서 열린 이번 총회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우리 연합회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국제적이면서도 하나 된 모습을 보여준 자리였다”며 “한국 교회를 알린 뜻깊은 시간도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