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니모, 대중 성경 보급 초석
안토니오, 사막에서 복음의 삶
프란치스코, 철저히 말씀 실천
‘하느님의 말씀 주일’은 신앙생활에서 성경이 지니는 중요성과 가치를 일깨우는 날이다.
세상이 아무리 발전하고 삶의 형태가 변해도 복음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성경에 대한 교부들의 가르침과 성인들의 모범은 오늘날 신앙생활에도 기준점이 된다. ‘하느님의 말씀 주일’을 맞아 성경에 충실했던 성인들의 발자취를 되짚어본다.
성경이 일반 사람들에게도 널리 보급된 데에는 성 예로니모(345~420)를 빼놓을 수 없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9년 9월 30일 자의교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를 통해 연중 제3주일을 ‘하느님의 말씀 주일’로 선포했다. 교서가 반포된 9월 30일은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일이다. 예로니모 성인은 성경의 본문 비판과 함께 라틴어 번역본을 만들어 오늘날 대중적인 성경이 보급되는 데 초석을 다진 위대한 학자다.
당시 대다수 서민들은 라틴어를 사용했지만, 성경은 일부 라틴어 부분 번역을 제외하고 모두 그리스어로만 쓰여있었다. 성인은 번역 작업을 완수하고자 탄탄한 라틴어 소양과 그리스어·히브리어 지식을 활용했다. 그의 번역은 히브리어 문체에 충실하면서도 라틴어의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 그 결과 일반 신자들에게도 성경은 공동의 유산이 됐고, 동시에 신학 용어의 원형을 이루면서 서양 문화사를 특징짓는 기념비가 됐다. 그가 라틴어로 번역한 성경은 ‘대중적’이라는 의미의 「불가타」(Vulgata)라고 불리게 됐다.
“성경을 자주 읽으십시오. 그대의 손에서 거룩한 책을 절대 내려놓지 마십시오.” 신앙생활에서 무엇보다 성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예로니모 성인의 권고는 1600여 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오늘날에도 울려 퍼지고 있다.
수도생활 역사의 시조라 불리는 성 안토니오 아빠스(251~356)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오로지 하느님께 희망을 둔 채 치열하게 복음을 살았다. 금욕생활과 철저한 고독 속에서 하느님에 대한 사랑과 신앙으로 무장했던 성인은 수도생활을 방해하는 온갖 유혹과 싸우며 평생 주님만 따랐다.
성인의 일생은 ‘말씀’에 기초한다. 자기 보화가 하늘에 있음을 확신해 주님을 따랐고, 늘 성경을 신뢰하며 거기서 영감을 받아 힘을 얻었다. 성경에서 삶의 양식을 배웠으며, 영들의 식별 기술을 깨우쳤다. 제자들에게도 성경의 계명들을 마음으로 배우라고 권고했다. 그리고 기도를 통해 유혹을 극복했다. 기도는 하느님 말씀에 젖어드는 것이었고, 마귀의 유혹을 이겨내는 수단이었다. 이처럼 그의 참된 금욕 수행은 지속적인 기도, 성경에 대한 경청이었다. 아타나시우스는 “안토니오의 기억이 성경을 대신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성 프란치스코(1182~1226)는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하느님을 체험하고 성경 말씀을 접하면서 모든 재산을 버렸다. “가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하고 선포하여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전대에 금도 은도 구리 돈도 지니지 마라. 여행 보따리도 여벌 옷도 신발도 지팡이도 지니지 마라.”(마태 10,7-10) 그런 자신을 주교에게 고발한 아버지와도 작별을 고하면서 철저히 말씀을 실천에 옮겼다.
성인은 모든 소유를 포기하고 한센인을 비롯한 가난한 이들을 돌보며 형제들과 어디에서든 평화를 전했다. 옷은 낡고 거친 수도복 한 벌만 가지고, 음식도 주어진 대로 만족했다. 인준 받은 ‘수도규칙’ 제1장의 시작은 이렇다. “작은 형제들의 수도규칙과 생활은 이러합니다. 즉 순종 안에, 소유 없이, 정결 안에 살면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복음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복음을 그대로 실천하며 미치광이 취급을 받았던 성인은 오상까지 얻으며 ‘제2의 그리스도’라 불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