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5일
교구/주교회의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아낌없이 돕는 주님의 의원

세계 병자의 날 특집-이주민 무료 진료하는 안산빈센트의원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안산빈센트의원 원장 이명신 수녀(맨 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를 비롯한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수도자들과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등에서 온 의료 봉사자들이 진료에 앞서 주님 사랑을 의미하는 손가락 하트를 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 이주민이 많이 사는 경기도 안산에서 21년 동안 15만 명에게 무료로 의술을 베풀며 이 말씀을 구현한 의원이 있다.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가 운영하는 안산빈센트의원(원장 이명신 수녀)이다.

무료 의원인데도 진료 과목은 12개나 되며,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국내 최고 수준 의료진이 담당한다. 성 빈첸시오 정신에 공감하는 의인들 도움으로 첨단 의료장비도 갖춰 초음파 등 진단검사도 받을 수 있다. 제33차 세계 병자의 날(11일)을 맞아 의지할 곳 없는 소외된 이웃에게 하느님 자비와 사랑을 나누는 이곳을 찾았다.

설을 앞둔 1월 25일 오전 11시. 문 열기 2시간 전부터 안산빈센트의원 앞에 환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대부분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주민이다. 월요일을 제외한 평일에도 진료하지만, 생업 때문에 주말에 몰린다. 대개 하루에 80명 안팎으로 출신도, 거주지도 다양하다. 조금 멀리는 경기 동두천, 아주 멀리는 부산광역시에서 발걸음 한다. 이곳까지 오는 데 드는 교통비가 일반 병원 치료비보다 더 싸기 때문이다. 또 약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데다 성심성의껏 진료·검사를 해줘 멀리서 온 보람이 있다. 쌀과 라면·옷·마스크 등 생필품도 챙겨주니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따로 없다.

이날 진료 과목은 내과·정형외과·치과. 방사선사·물리치료사들도 봉사자로 참여했다. 수원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수도자들 역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간호사인 원장 이명신 수녀를 비롯해 약사·임상병리사 자격 증이 있는 ‘베테랑’ 의료인들이다. 진료카드를 하나씩 손에 쥔 환자들은 질서정연하게 순서를 기다리며 봉사자들의 지시를 따랐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디그레이스(32)씨는 “돈 때문에 건강을 포기하려 했다”며 “안산빈센트의원 덕에 생명을 지킬 수 있다”고 기뻐했다. 필리핀에서 온 캐롤(53)씨는 “이곳에서 검사를 받아 큰 병이 있다는 사실을 더 늦기 전에 알았다”며 “가톨릭 신자로서 더욱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국적 바브르(39)·리따(33)씨 부부는 “4명이나 되는 자녀를 뒷바라지하느라 건강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 몸이 나빠지는 줄도 몰랐다”며 “안산빈센트의원은 그런 저희 부부에게 은인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처럼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출신 이민자가 환자의 다수를 차지한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영어를 못하는 탓에 의사소통의 어려움도 있었다. 이에 러시아 유학 경험이 있는 이원용(59)씨가 10년 전부터 통역 봉사를 하고 있다. 이씨는 “좋은 일 하는 수녀님들을 돕고 싶었다”며 “고려인 동포들도 함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진료 마감은 오후 4시였지만, 마지막 환자가 문을 나선 때는 50분이 더 지나고서였다. 숨 돌릴 틈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한 봉사자들 얼굴에는 보람이 깃들어 있었다.

성빈센트병원 의무원장을 지낸 강용구(빈첸시오, 정형외과) 교수는 “안산빈센트의원이 처음 문 연 뒤로 쭉 봉사해왔다”며 “제가 가진 탤런트로 죽기 전까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쁠 따름”이라고 말했다.

10년 만에 다시 봉사하러 온 신경미 성빈센트병원 간호사는 “세월이 지난 만큼 체계가 잘 갖춰지고 장비도 발전했다”며 “봉사자와 수도자들이 성심을 다해 환자를 대하는 모습에 거듭 감동했다”고 전했다.

이명신 원장 수녀는 “운영비가 1년에 5억 원이 넘게 들고, 고가의 새 엑스레이 장비도 필요하지만 하느님께서 늘 곁에서 도와주시고 이웃들도 힘을 보태줘서 두렵지 않다”며 “이주민들의 가족이자 동반자가 돼 그들이 인생에서 꽃을 피울 수 있게끔 주님 사랑을 실천하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안산빈센트의원 후원 계좌 : 우리은행 670-443634-01-001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2-0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2. 5

시편 3장 8절
일어나소서, 주님. 저를 구하소서, 저의 하느님.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