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있는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왜 사는가.’
진리에 이르고자 하는 열망은 고대부터 인류 전체 역사에 녹아있다. 특히 교회는 신앙과 이성의 긴장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통해 영원한 진리에 다가가고자 했다. 13세기에 접어들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새로운 학문 개념이 수용되자, 그리스도교 역사는 신앙에 기반을 둔 신학과 이성에 기반을 둔 철학의 갈등 양상이 전개됐다. 첨예한 논쟁 속에 신앙과 이성을 조화시킨 인물이 올해 탄생 800주년을 맞은 성 토마스 아퀴나스다.
성인이 몸담았던 도미니코 수도회에서 올해 사제품을 받은 권성환 신부는 “800년이 흐른 오늘날에도 극단적 상대주의와 자유주의 등으로 인해 진리의 기준은 여전히 모호한 상황”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보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론 극단적 대립 구도 안에서 자신의 진영만이 진리라고 한다. 특히 몰상식한 종교적 신념이 얼마나 무서운지 확인하는 요즘이다.
그리스도인은 “은총은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완성시킨다”는 토마스 성인의 말처럼 결국 신앙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믿는다. 하지만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이성 또한 견지해야 한다. 자기 성찰이 담긴 이성적 사고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진리를 가로막으면서 진리를 수호한다고 호소하는 위험한 상황이 나에게 일어날지 모른다.
토마스 성인도 말년에 하느님 신비체험을 하고 동료 레지날도 수사에게 “지금까지 하느님에 대해 이야기하고 집필한 것은 지푸라기에 불과하다”면서 저술을 멈췄다고 한다. 「신학대전」이 미완에 그친 이유다.
진리에 대한 열망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행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결국 신앙 안에서 답을 찾겠지만, 자기 성찰이 담긴 이성적 판단은 계속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