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4명은 빈곤층에 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자의 26.1가 65세 이상 노인인 교회도 지역의 가난한 노인에 대한 사목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월 3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가처분소득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38.2다. 상대적 빈곤율은 소득 수준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사람의 비율로 빈곤층의 규모를 판단하는 데 활용되는 수치다. 2023년 중위소득은 3757만 원으로, 빈곤선은 중위소득 절반에 해당하는 약 1879만 원이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4명은 연간 1879만 원 이하로 생활하고 있다는 뜻이다.
2023년 노인빈곤율을 성별로 나눠보면 남성 31.8, 여성 43.2로 여성이 훨씬 더 빈곤했다. 특히 노인 빈곤율은 고령층으로 갈수록 심화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2023년 빈곤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76세 이상에서 51.5로 조사됐다. 76세 이상 노인 2명 중 1명은 경제적인 빈곤에 놓여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OECD의 한눈에 보는 연금 2023(Pension at a glance 2023)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평균(14.2)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한국의 노인들이 빈곤한 이유로 낮은 실질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 수령액의 비율)이 지목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임완섭 연구위원은 “이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연금제도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며, 고용의 불안전성으로 인한 경력 단절 등도 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노인 빈곤 심화 현상은 교회와 무관하지 않다.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신자는 26.1로, 교회의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노인 확산이 고독사, 노인 소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교회가 이들을 위한 사목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한국이사회(회장 김인태 야고보)는 지난해부터 고독사 예방운동사업을 추진, 가난한 노인들과 소통하며 고독사 예방을 위해 힘쓰고 있다. 김인태 회장은 “가난한 노인들의 경우 가족 없이 혼자 지내거나 몸이 아파 외부 활동이 불가해 외롭게 사시는 분들이 많다”며 “빈첸시오회 회원들은 노인분을 매달 방문해 외롭게 지내시지 않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각 교구 사회복지회는 노인복지시설 지원뿐 아니라 본당의 취약계층 지원 사업을 통해 가난한 노인들을 돕고 있다. 다만 노인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가난한 노인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하려는 본당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사목자들의 설명이다.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회장 정진호(베드로) 신부는 “교구 사회복지회는 시설과 본당 사업을 통해 가난한 노인들에 대해 지원하고 있지만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가난한 노인도 증가하는 만큼 본당 빈첸시오회나 사회복지회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가난한 노인들을 발굴하고 관심을 가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