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은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 탈성매매 여성들의 현실을 들여다봅니다.
탈성매매 여성들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피해를 증명해야 하고, 지원 체계의 한계 속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먼저 김정아 기자입니다.
[기자]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된 지 20여 년.
성매매가 불법인 우리나라에서 성매매는 근절되지 못했습니다.
성매매 특별법은 사실상 방치됐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성매매는 점점 음지화됐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이 인신매매와 감금을 당하고, 사망하는 사건도 잇따라 드러났습니다.
성매매가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인권 착취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확산됐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은 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 자신이 성매매 피해자임을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이하영 / 여성인권센터 '보다' 소장>
"증명이 수사 과정에서 쉽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처벌받는 여성들도 많으시고 피해도 구제받고 싶은데 업주나 구매자를 신고하거나 고소하려고 하면 본인도 처벌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부는 2007년까지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20년이 다돼가는 지금도 전국에 성매매집결지는 12곳이 남았습니다.
현재 서울에 남아 있는 성매매집결지는 성북구와 영등포구 두 곳입니다.
하지만 서울시는 2017년 탈성매매 여성들의 자립을 돕기 위한 ‘자활 지원 조례’를 제정했음에도 단 한 차례도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재개발이 진행 중인 성북구 미아리의 경우, 이곳에서 생계를 유지해 온 여성들은 어떤 보상도 없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하영 / 여성인권센터 '보다' 소장>
"업주들 같은 경우 여기가 다 불법 영업이라서 보상금을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합 측에서 재개발을 위해서 보상비를 책정했어요. 근데 여성들에 대해서는 이주 보상비가 전혀 책정돼 있지 않아요."
성매매집결지를 폐쇄하면서도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실질적으로 돕는 지원책은 여전히 미흡합니다.
법적으로 마련된 지원 기간 역시 1년으로, 자립 기반을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봄날 /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저자>
"내가 이제 좀 몸을 추스를 것 같은데 지원이 끝나니까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막막하다 이런 이야기 많이 하시거든요."
탈성매매 여성들에게 가장 절실한 건 안정된 주거와 일자리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의 주거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됩니다.
젠더폭력 피해자는 신청이 가능하지만, 성매매 피해자는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회가 이들을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하영 / 여성인권센터 '보다' 소장>
"정말 일자리가 없어요.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너무 없고 그리고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여성들이 너무 많습니다."
현재 전국에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자활센터는 13곳.
평균 10여 명만 수용할 수 있고, 지원 기간도 1인당 최대 3년으로 제한됩니다.
<이선미 / 여성자활센터 '해봄' 센터장>
"집결지가 폐쇄됐을 때 여성들이 오려고 해도 TO가, 자리가 없어서 못 오는 결과가 발생해서…"
탈성매매 여성들의 자립을 위해, 이들을 피해자로 인정하고 동등한 시민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하영 / 여성인권센터 '보다' 소장>
"정말 성매매는 너무 폭력적인 일이고 정말 여성들이 너무 힘들게 생존하고 있어요. 우리가 좀 어떻게 같이 함께 살아갈지를 고민하고 또 더 나은 삶을 좀 함께 고민을 하면 좋겠다."
성매매를 노동으로 보는 시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봄날 /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저자>
"(성매매를 할 정도면) 열악하고 저 밑바닥까지 내려갈 정도로 환경이 안 좋았던 건데 그걸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 성매매를 성노동이라고 말하는 거는 모멸감을 느끼게 만드는 거거든요."
성매매 여성들을 향한 사회적 낙인을 지우고, 실질적 지원을 확대할 때입니다.
CPBC 김정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