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과 경력을 속인 조각가 최영철(바오로)씨 사건이 교회 안팎에 충격을 주고 있다. 그의 작품은 전남 무안과 청도군 등에 ‘천사상’ 등의 이름으로 수십억 원어치가 납품됐고, 강원도 영월의 개인 박물관은 오랫동안 관련 지자체에 의해 주요 관광코스로 소개됐다. 하지만 법원 판결을 보면 무안과 청도에 설치된 작품은 중국과 베트남 등에 의뢰해 제작한 후 국내에 들여와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회 내에도 서울·수원·대전교구 등에서 확인된 것만 10여 점에 달할 정도로 피해가 크다. 이들 작품도 일부는 본인이 제작했을 수 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조사 결과를 보면 외국에서 들여왔을 개연성이 높다. 최씨는 그간 “허위 경력을 직접 제공한 사실이 없다” “학력·경력 없는 사람은 작품을 만들 수 없느냐?”고 항변했지만, 이는 자신의 잘못을 부인하는 궤변이다. 어떤 말을 하든 사법적 단죄와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다.
다만 이런 대담한 사기 행각이 시작된 곳이 교회라는 점에서 우리 잘못은 무엇인지 돌아봐야 한다. 그가 처음 작품을 설치한 곳은 성당이었다. 오래전부터 그의 학력과 경력이 의심된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음에도 검증을 게을리했다. 이후 최씨는 사회에서 더 큰 피해를 끼쳤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유사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서울대교구는 교회 성미술품 전산화 및 도록 작업을 마친 바 있다. 최대한 실사를 서둘러 교회 내 가짜 미술품 현황을 파악해 조치해야 한다. 또 성미술품 설치 기준이 없는 교구는 성미술위원회 설치·교구 심의 절차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조차 고치지 못하는 잘못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