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9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조승현 신부의 사제의 눈] 인공지능 사무장

조승현 베드로 신부(CPBC 주간)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과 바둑을 둔 인공지능 알파고가 가져온 충격으로 세상이 떠들썩하던 게 2016년의 일이다. 그로부터 10년도 지나지 않아, 알파고보다 뛰어난 성능을 가진 인공지능은 이제 모든 곳에 있다. 스마트폰에도, 자동차에도, 안경에도 인공지능이 있다.

인공지능은 딥시크의 중국이나 챗지피티의 미국에만 있지 않다. 우리 일상 곳곳에 있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초인공지능이 앞으로 10년 안에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세상을 혁신시키고 있는 인공지능 파도는 교회라고 해서 피해가지 않는다. 인공지능은 본당의 여러 모습을 바꿔놓을 것이다. 본당도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인공지능은 먼저 본당 사무실에서 활용될 수 있다. 교적 관리·본당 신자들의 전출입 등 본당 신자 정보 관리가 더욱 편리해진다. 본당에 소속된 단체 예산의 집행과 관리, 교무금과 같은 본당 재정 파악과 관리에 인공지능이 활용될 수 있다. 본당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교구와의 유기적 연결로 편리하게 행정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인공지능 사무장’이 본당에 생기는 것이다. 더욱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달로 로봇 관리장이 본당 이곳저곳을 다니며 살림을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아 보인다.

또 인공지능은 본당 사목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먼저 사목자가 본당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미리 입력되어 있는 인적 사항의 단순한 분류나 쉬운 검색은 지금도 할 수 있다. 본당 사목자는 인공지능을 통해 좀더 입체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다. 성사생활을 포함해 양적인 신앙생활이 아니라 질적인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신자들을 파악할 수 있다. 어느 구역·반에서 영세자가 늘어나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본당 구역과 관련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공간과 시간별로 필요한 도움은 무엇인지 인공지능이 답해준다. 인공지능이 빠르고 간단하게 제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목자는 본당 사목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발달이 본당의 여러 풍경을 바꿔놓더라도 오히려 더욱 집중해야 할 본당 모습이 있다. 바로 하느님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이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우리 가톨릭을 포함해 종교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려준다. 울고 있는 이들 곁에서 함께 울어주고, 비를 맞는 이들과 함께 비를 맞고, 죽음 이후 영원한 생명을 세상에 말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해주지 못한다. 사람의 온기를 지닌 인공지능 시대를 만들어가는 일은 교회의 일이 될 것이다.

그 중심에는 미사가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미사의 모습을 바꿔놓지는 못할 것이다. 아무리 복사가 없어도 서빙 로봇이 빵과 포도주를 나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다. 성가대를 구성하기 힘들어도 성가대석이 음악다방 디제이 박스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후의 만찬에서 그랬듯 사제의 손으로 축성된 그리스도의 몸을 신자들은 직접 손과 입으로 받아모실 것이다. 아무리 인공지능 시대라 해도 사람들은 성전에 모여 하느님을 찬미하고 평화의 인사를 주고받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기술의 발달은 본당을 포함한 신앙생활의 모습을 바꿔놓았다. 스테인드글라스를 이용한 건축 기술의 발달로, 양피지가 아닌 인쇄술의 발달로, 음악과 미술의 발달로 신앙생활은 다채로워지고 깊어졌다. 더욱이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스마트폰을 세상에 내놓은 이후 신앙생활은 더욱 스마트해졌다. 성경도 성가책도 성무일도도 모두 스마트폰에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첫발자국을 딛는 지금 변화될 신앙생활의 풍경을 흥미롭게 지켜본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3-05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3. 9

루카 1장 45절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