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하는 교회’ 마음가짐 다져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교구 총대리 구요비 주교가 2월 28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해외선교사제 파견 미사를 마치고 선교를 나갈 사제들, 한국에서 선교하고 있는 선교사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저는 결혼했어요. 한국 노동자들하고요. 한국에 온 선교사라면 마땅히 고통받고 있는 한국인들과 고통을 나눠야지요.”(임경명 신부, 파리외방전교회, 81)
2월 28일 서울대교구청 대회의실. 백발이 성성한 프랑스 출신 선교 사제가 전하는 말에 30여 명의 외국인 선교사들이 귀 기울였다. 그가 재밌는 농담을 하며 웃음기 띠었던 표정이 선교사로서 지녀야 할 자세를 이야기할 때에는 열정을 불태우듯 비장했다. 미국과 프랑스·아일랜드·중국 등 각자 출신국과 선교 경험은 다르지만, 한국 교회와 신자들의 복음화를 위해 헌신해온 마음만큼은 모두 같았다. 서울대교구 선교사의 희년 행사 모습이다.
서울대교구 첫 희년 행사로 이날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과 교구청에서 선교사의 희년 행사가 열렸다. 올해 희년을 맞아 교구가 준비한 여러 행사 가운데 ‘선교하는 교회’로 향하는 마음가짐을 다지고 과거부터 선교해온 이들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시간이 가장 먼저 마련된 것이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교구 사제단이 2월 28일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거행된 해외선교사제 파견미사에서 선교를 떠날 윤윤상·김대용·오병웅 신부를 축복하고 있다.
이날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와 사제단 공동집전으로 대만과 칠레로 해외 선교를 나갈 예정인 윤윤상·김대용·오병웅 신부를 위한 해외선교사제 파견 미사가 먼저 거행됐다. 이어 한국에서 선교하는 외국인 사제와 수도자·평신도 선교사 30여 명이 참여한 간담회와 만찬 자리가 이어졌다.
정 대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한국 교회는 박해 시대 때부터 외국에서 들어온 선교 사제들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해왔다”며 “오늘날에도 우리 관심에서 멀거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여전히 복음을 증거하며 사도직을 수행하는 외국인 선교사들이 있다”면서 평생을 한국 교회를 위해 헌신한 외국인 선교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2월 28일 서울대교구 선교사의 희년 행사 중 마련된 선교사들의 간담회 자리에서 선교사들이 한 데 모여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의 인사말을 경청하고 있다.
16개 선교회와 수도회 소속 선교사로, 한국에 파견된 외국인 선교사 30여 명은 한국에서 펼친 선교 체험을 나눴다. 언어와 문화 차이로 난감했던 상황부터 신자들과 함께하며 겪은 가슴 뜨거운 경험까지 구구절절한 선교 이야기는 예정된 2시간도 모자랄 정도였다.
선교사들은 “선교를 하면서 오히려 배우는 것이 더 많다”고 입을 모았다. 1996년 한국에 파견돼 30년째 선교하고 있는 인도 출신의 인바라지(말씀의 선교 수도회, 56) 신부는 “복음을 전하고자 왔지만, 오히려 한국 신자들에게 받은 사랑이 더 크다”며 “이렇게 사랑을 주고받을 기회를 얻었다는 게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교사들이 2월 28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선교사의 희년 간담회 자리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장한 한국 교회 속에서 선교사의 역할을 고민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구열(메리놀외방전교회, 1981년 한국 파견, 69) 신부는 “40년간 성장하는 한국 교회와 함께하는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하는 동시에 앞으로 한국 교회에 어떤 도움을 더 줄 수 있을지도 고민된다”며 “이처럼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마련해 길을 찾아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