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청년들이 활동적인 프로그램 외에도 하느님과 깊은 만남을 위한 훈련인 교회 전통의 관상·묵상기도 교육과 피정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침묵 피정이나 기도교육 프로그램이 영성에 목마른 청년들을 교회로 불러들이는 방법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본지가 서울대교구 옥수동본당 부주임 김강룡(프란치스코) 신부와 함께 3월 6일부터 7일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스레드’(Threads)를 통해 약 140명의 청년 신자들을 대상으로 익명 설문한 결과 79가 영신수련과 같은 기도·묵상 피정에 참여해 보고 싶다고 답했다. “MZ세대 신자는 활동적이거나 재미있어야만 교회에 모인다”는 기존 인식과는 상반된 결과다.
응답자는 20대 초반부터 자녀를 가진 기혼 신자까지 다양했다. 특히 젊은 기혼자 중에는 학생 시절 대침묵 피정 등에 참가하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아이디 @soli_solsol는 “대학 시절과 사회생활 초기 침묵 속에 기도하는 시간이 간절했는데 주일에는 본당 봉사 등으로 바빠 참가해본 적이 없다”며 “주변 청년들도 피정에 관심은 있지만 정작 시간이 없다는 경우가 꽤 있는데, 이럴 땐 본당 차원에서 피정과 교육을 추진해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응답자 @hanijung14는 “본당 청년회에서 활동하던 때 하루 피정으로 만족해야 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 밖에 “조용히 기도하는 것, 다 같이 기도하는 것 모두 좋다”, “스무 살 청년인데 시간이 된다면 꼭 가고 싶다”는 등 반응이 이어졌다.
예수회 ‘교황님 기도 네트워크’와 전교 가르멜 수녀회 등의 수도회들은 이미 청년들을 대상으로 보다 심도있는 피정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예수회는 성 이냐시오의 영신수련, 가르멜 수녀회는 아빌라의 예수의 성녀 데레사 가르침에 따른 가르멜 묵상기도를 교육한다. 최소 몇 달에 걸친 영성·기도 훈련을 요구하는 ‘긴 호흡’의 프로그램들임에도 꾸준히 참가자가 모인다.
예수회 ‘교황님 기도 네트워크’ 부대표 최준열(다미아노) 신부는 “참가자 수를 비교해 보면 봉사나 모임 등 활동 위주의 프로그램에 모이는 청년만큼 교회 전통의 기도와 전례를 배우고자 하는 청년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오히려 더 큰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며 “예수회는 활동적 프로그램과 예수회의 큰 자산인 영신수련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방법으로 청년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전교 가르멜 수녀회 ‘젊은이 사도직’ 담당 장지영(세레나) 수녀는 “MZ세대 청년들은 SNS나 유튜브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찾는 와중에도 결국 하느님과 만남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갈증을 느끼고 있다"며 “특히 과거에 비해 과학의 발달로 유물론적 사고가 팽배한 현대에도 관상과 침묵피정을 원하는 청년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으로 아직 생활이 안정되지 않은 MZ세대의 생활 패턴에 맞춰 피정 과정을 압축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