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교황 육성 메시지 바티칸 광장에 퍼져
교황 입원 한 달여, 사순 시기에 접어든 보편 교회는 교황의 고통에 동참하며 건강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1월 1일 세계 평화의 날 미사 중 기도를 하고 있다. OSV
보편 교회 ‘하느님의 종들의 종’ 위해 기도
교황, 병중에도 지구촌 평화 지속적 촉구
교황청 “교황 건강 상태 훨씬 호전, 안정”
“광장에서 나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님의 축복과 함께 성모 마리아가 여러분을 보호해주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6일 저녁 묵주기도에 앞서 30초 분량의 프란치스코 교황 육성이 광장에 울려 퍼졌다. 짧은 메시지를 말하는 것조차 힘겨움이 느껴지는 목소리였지만, 신자들은 환호했다. 교황청은 10일 오전 성명에서 “교황님이 주일에 영상을 통해 사순 시기 묵상에 참여하시고 물리치료에 임하며 고형식을 포함한 처방식단을 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하느님과 교황, 양 떼들은 기도로 통교(通交)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입원한 지 꼭 한 달째에 이르렀다. 폐렴으로 2월 14일부터 로마 제멜리 병원에서 최장 기간 입원 중인 교황은 연일 바티칸과 병원 앞을 찾는 전 세계 신자들의 기도의 힘을 받아 회복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그러는 사이 보편 교회는 5일부터 사순 시기에 접어들었다. 교황 또한 병환의 고통으로 예수님이 겪었을 사순의 고통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보편 교회가 ‘교황의 회복을 위한 기도’로 올해 사순을 맞았다.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고통을 함께 묵상하는 이 시기, 신자들은 그리스도의 지상 대리자이자 ‘하느님의 종들의 종’ 교황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교황은 병환 중에도 사도좌의 무거운 십자가를 내려놓은 적이 없다. 서면 메시지를 통해 지구촌 평화를 쉬지 않고 촉구하고 있다. 보편 교회는 교황을 위해, 교황은 인류를 위해 계속 기도하고 있다. 어둠과 고통 뒤에는 반드시 부활이 찾아온다는 희망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를 위해 기도해달라’는 교황님의 부름에 응답해야 할 때입니다.”(바티칸을 찾은 한 폴란드 수녀)
연일 수백 명의 신자가 바티칸에 모여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다. 유럽 각지에서는 물론, 대륙을 막론하고 바티칸을 찾은 신자들의 순례 첫 이유는 ‘교황을 위한 기도’를 바치기 위해서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은 7일 밤 9시 성 베드로 광장에서 묵주기도를 주관했다. 교황을 위해 공동 묵주기도를 바친 지 12일째였다. 어김없이 수백 명이 광장 한가운데 불을 밝힌 제단과 성화를 바라보며 기도했고, 최근 발간된 교황 자서전 「희망」을 들고 묵상에 잠긴 이들도 있었다. 유 추기경은 전 세계 모든 이가 성모님께 교황의 건강을 위해 전구해달라고 청했다.
희년을 맞아 로마를 순례하기 위해 온 이들도, 어디서든 함께 모인 공동체 미사부터 홀로 임하는 성체조배까지 모두가 성호를 그으며 교황을 위해 기도 중이다. “주님, 당신 종 프란치스코가 건강을 회복해 양 떼들을 돌볼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묵주와 교황 상본, 십자가를 든 채 기도하는 이, 교황이 즉위 후 그간 겪었을 고통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신자 등 모두의 기도가 하늘에 닿고 있다.
교황청은 10일 저녁 공지를 통해 “교황의 건강 상태가 훨씬 호전돼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며 “의사들은 오늘 ‘신중한 예후’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며칠 동안 이어진 호전은 혈액 검사와 임상 소견, 약물치료에 대한 좋은 반응을 통해 공고해졌다”면서 “그럼에도 교황의 복잡한 임상 상황과 입원 당시 감염 상태를 고려할 때 일정 기간 병원에서 약물 치료를 계속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3일 교황 선출 12주년을 맞았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