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환아들, 교황 쾌유 염원하는 마음을 도화지에 담아 전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13일 병상에서 교황 선출 12주년을 맞았다. 교황은 로마 제멜리 병원 입원 꼭 27일째를 맞은 이날 사도좌 직무를 계속해온 주님 은총의 시간에 대해 축하를 받았다.
아르헨티나 주교회의 의장을 지낸 호르헤 베르골료 추기경은 이틀에 걸쳐 5차례나 열린 추기경단의 교황 선출 콘클라베 투표에서 뽑히며 2013년 3월 13일 266대 교황에 즉위했다. 최초의 남미 출신의 교황 탄생이었다.
“Habemus Papam!”(새 교황님이 선출되셨습니다!)
굴뚝의 흰 연기가 보편 교회를 이끌 새 목자의 탄생을 알렸다. 새 교황은 자신의 교황명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에서 딴 ‘프란치스코’로 정하고, 저녁 늦은 시간 성 베드로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에서 신자들에게 처음 인사했다. “좋은 밤입니다.”(Buona Sera)
“저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새 목자로서 처음 양 떼들과 마주한 교황은 곧 자신을 위해 기도해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새 목자의 탄생에 뜨겁게 연호하던 광장의 신자들은 이내 소리를 죽이고, 고요한 침묵 속에 교황을 위해 기도했다. 신자들은 새 교황이 갑작스레 ‘자신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한 요청에도 즉시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함께 숙인 채 기도에 임했다. 기도로 힘을 얻고, 고통을 넘어 희망을 향하는 통로요, 사랑의 신비를 가져다주는 가톨릭교회의 정수인 ‘기도’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던 영상으로도 고스란히 송출됐다. 교황은 그렇게 서로를 위해 함께 바치는 기도로 사도좌 직무를 시작했다.
이후 교황은 여러 자리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저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라는 말을 건넸다. 교황은 이러한 모습을 통해 기도는 위와 아래, 처지와 자리에 상관없이 누구든 요청해 서로를 축복해줄 수 있는 거룩한 행위임을 다시금 인식시켰다.
실제 교황은 사제 때부터 주변에 기도 요청을 많이 했다고 한다. 교황은 ‘왜 항상 사람들의 기도를 요청하느냐. 교황이 신자들에게 기도를 요청하는 것은 익숙한 광경은 아니다’라는 한 기자의 질문을 받는다. 이에 교황은 “저는 지금보다 자주는 아니었지만 사제 때부터 이런 요청을 신자들에게 해왔고, 주교로 일할 때엔 더 자주 청했다”며 “백성들이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을 하는 데 있어 신자들의 기도를 통해 주님께서 도와주지 않으시면 해낼 수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많은 부족함과 문제를 지닌 죄 많은 사람이며, 이를 잘 인식하고 있다”며 “그래서 제 마음에서 비롯된 이 요청을 습관처럼 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도좌로서 성령의 특은으로 신앙과 도덕에 오류가 없는 무류성(無謬性)을 지닌 존재임에도 12년째 자신의 부족함을 겸허히 밝혀오고 있다. 그리고 많은 이가 그의 요청대로 병상에서 회복에 온 힘을 쏟는 교황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교황이 늘 감사해 하는 부분 또한 자신을 위해 기도해주는 것이다.
교황의 회복을 위한 기도는 세대를 불문한다. 교황청 산하 로마 제수 밤비노 아동병원에 입원 중인 환아들이 교황의 쾌유를 염원하는 마음을 도화지에 담아 전한 것이다.
병상에서 책을 보는 교황의 머리 위로 ‘AMORE’(사랑)이 적힌 대형 하트를 그린 환아 유제니오군은 교황에게 “책을 많이 읽어보세요”라고 제안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줄리아양은 “교황님께서 우리 병원에서 치료받게 해주세요. 아름다운 경치를 보세요”라며 창밖으로 성 베드로 대성전이 보이는 자신의 병실에 교황을 초대하는 그림을 선사했다. 알렉스군은 “플레이스테이션(게임기)을 제공해주나요?”라며 어린이 시각에서 교황의 안위를 걱정하는 마음을 자신의 그림에 담았다.
교황청 문화교육부 장관 조제 톨렌티누 드 멘돈사 추기경은 9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교황의 건강 회복을 위해 바치는 밤 9시 공동 묵주기도를 주관하면서 “교황님께서는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말아 달라고 말씀하신다”면서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며, 그리스도인뿐만 아니라, 타 종교인, 비신자들도 교황을 중심으로 그렇게 마음을 모아주고 있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 주교회의 의장 마르셀로 콜롬보 대주교는 교황 선출 12주년을 기념한 현지 미사에 앞서 신자들에게 “교황의 회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도를 바치는 것에 더하여 미사를 봉헌함으로써 우리는 수년 동안 보편 교회 사목을 통해 사랑의 풍성한 결실을 맺어온 교황님의 큰 헌신에 함께 감사하는 공동의 증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