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80주년·분단 80년을 맞은 올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걸어온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서른 돌을 맞았다. ‘증오를 사랑으로, 불화를 화해로, 분단을 일치로’라는 민족화해위원회의 설립 취지가 무색하게 남북 관계의 경색은 장기화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를 알려주는 나침반은 ‘평화’의 반대쪽을 향한 듯 남북 관계는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교회는 남북이 냉·온탕을 오가는 동안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기도·교육 연구·나눔을 사목 기조로 1400회가 넘는 남북 화해와 일치를 위한 화해 미사를 봉헌해왔다. 북한의 인권 문제에 개입하고, 평화와 화해의 가치를 확산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펼쳤다. 평화를 향한 남북 관계 개선뿐 아니라 분단을 넘어선 공동체 회복에도 앞장섰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30년 전 사순 시기에 민족화해위원회를 설립했다.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참회와 보속으로부터 시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당시 초대위원장이었던 최창무 대주교는 우리 민족이 평화와 화해와 일치를 이루지 못했고, 이 때문에 참회와 희생을 먼저 실천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해방 50주년이었던 1995년을 민족의 희년으로 받아들이고, 화해와 일치의 역사를 새롭게 이룩해나가자고 천명했다. 민족화해운동은 이렇게 참회와 보속으로 시작되었다.
한국 교회는 희년의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개인은 국제 정세와 남북 관계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순 없지만, 각자의 평화에 대한 작은 염원과 의지, 한반도 평화를 향한 기도와 실천이 모일 때 남북 평화를 기대할 수 있다. 민족화해위원회가 평화롭지 않은 한반도 정세에도 ‘증오를 사랑으로, 불화를 화해로, 분단을 일치로’라는 씨앗으로 평화의 열매를 맺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