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둔 헌법재판소의 모습은 지옥입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심리적으로 내전을 치르고 있는 우리 공동체의 모습이 지금 헌법재판소 앞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헌재 앞에서 일부 성난 시위대는 지나가는 시민에게 중국인이 아니냐고 다짜고짜 묻기도 하고, 특정 정치인의 욕을 하라는 사상 검증도 하고 있습니다. 경찰이 질서유지를 위해 노력하지만, 시위대가 외치는 폭력과 증오의 언행은 줄어들지 않고 커져만 갑니다.
이 지옥의 시작은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시작한 이유로 부정 선거를 들었습니다. 지난 총선을 비롯한 선거에 부정이 있었고 부정선거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비상계엄을 했다는 겁니다. 그 후 부정선거 음모론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 들불처럼 번져나갔습니다. ‘계엄령’은 ‘계몽령’이 되었습니다. 국회의원들과 일부 종교인이 앞장서서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퍼트렸습니다. 극우 유튜버들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여기에 중국이 부정선거에 개입했다는 이야기까지 추가됐습니다. 순식간에 비상계엄으로 나라를 혼란에 빠트린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공산화 위기에서 지키는 영웅이 됩니다. 탄핵 반대 집회에서 사람들은 윤석열 대통령 만세를 외쳤습니다. 진실을 깨닫게 해준 윤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던 청년들도 여성혐오를 앞세우며 탄핵 반대 집회 광장에 동참했습니다. 그렇게 옳고 그름의 문제였던 윤 대통령의 계엄령 사태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냐 아니냐로 반전되어 버립니다.
비상계엄 이후 지금까지 우리 공동체는 분열됐습니다. 내전과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연인·가족·직장 동료 할 것 없이 온 국민이 윤 대통령을 지지하느냐 아니냐로 갈라졌습니다. 극렬 지지자들은 법원을 부순 것도 모자라 헌재도 부수자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분노를 참지 못하는 일부 지지자는 분신자살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 분열을 끝내기 위해서는 분열을 시작점이며 중심인 윤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직접 밝혀야 합니다.
만약 윤 대통령이 현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으면 우리 공동체에는 또 다른 휴전선이 그어집니다. 서부지법 난동처럼 극렬 지지자들이 국가기관을 습격할 수도 있습니다. 혹은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자행될 수도 있습니다. 지역감정이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국민을 갈라놓은 것처럼, 윤 대통령의 불복은 우리 역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러기에 윤 대통령이 직접 승복 선언을 밝혀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은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선언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의 탄핵 소추 이후 편지를 써서라도 견해를 밝힌 것과 달리, 석방 이후에는 강성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 외에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최후 진술에서는 승복은 없고 ‘계엄은 대국민 호소’였다는 말 만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헌법과 법률을 따르겠다고 선서했습니다. 그렇게 선서한 마음가진으로 대한민국 대통령 윤석열의 품위있는 승복 선언을 기대합니다. 그래야 대한민국을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분열과 혼란을 끝낼 수 있습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대통령이 승복해야 끝난다>입니다. 대한민국이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