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휴정 협정을 깨고 공격을 감행하자 국제사회가 비난하고 있다. 가톨릭교회도 목소리를 내며, 전쟁 중단을 재차 촉구했다.
이스라엘이 17일 가자지구 공습을 재개하면서 두 달간의 반짝 평화가 무참히 깨졌다. 19일에는 지상작전도 개시하면서 휴전이 파국을 맞았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전방위 공습을 감행 중이다. 22일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미사일 공격을 하며 공격 범위를 확장했다. 23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남부 최대 규모 종합병원을 공습하며 사상자가 발생했다. 무차별 공격으로 가자지구 남부 지역이 온통 폐허가 된 상황이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2023년 전쟁 발발 이후 지금까지 5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1단계(일부 인질 석방)는 지난 1일 만료됐으며, 이후 휴전 2단계(모든 인질 석방)를 두고 협상 중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평화로 가는 길이 깨지자, 각계에서 이스라엘 정부를 향한 비난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잉글랜드웨일스 주교회의 산하 국제구호단체 CAFOD는 “전쟁 재개는 수많은 생명의 목숨을 앗아간다”며 “영국 정부도 즉시 이스라엘 정부를 규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가자지구 성가정 성당에서 사목 중인 가브리엘 로마넬리 신부는 바티칸 뉴스에 “성당 건물도 파괴될 뻔할 정도로 포탄이 가까이 떨어졌다”며 “성당 건물에서 400m가량 떨어진 곳에 포탄이 떨어져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가까운 곳에 수백 구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성가정 성당은 현재 피난민 500명을 위한 임시 보호소로 쓰이고 있다. 가톨릭 신자를 비롯해 정교회, 개신교도, 심지어 무슬림들도 몸을 피해 거처 중이다. 최근 예루살렘 라틴총대주교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 주도로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인도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국제 카리타스 예루살렘 지부는 “무고한 사람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카리타스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임시 피난처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다만 가자지구 지원책은 즉시 중단됐다. 지부 관계자는 “위기를 모니터링 중”이라면서 “빠른 시일 내에 구호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하루 빨리 휴전하기를 간곡히 소망한다”며 “남은 인질의 석방과 인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 달 넘게 제멜리 병원에 입원 중인 상황에서도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삼종기도를 바치는 등 중동의 평화를 거듭 촉구한 바 있다. 14일에는 전쟁을 거듭 비난했다. 특히 교황은 지난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부끄러운 일이며, ‘잔혹함의 상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아울러 교황은 18일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를 통해 보도된 서한을 통해 “병상에 있는 순간 전쟁은 더욱 부조리하게 느껴진다”며 “인간의 나약함은 영원한 것과 사라질 것, 생명을 주고 생명을 앗아가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