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4일 저녁 서울 명동의 세종호텔 앞.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와 함께하는 미사’가 봉헌되는 중에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건너편 도로에 진입 차량의 고도를 제한하는 철제 구조물 꼭대기에 올라가 고공농성하는 해고노동자 고진수 씨였다.
고 씨는 호텔 내 일식집 주방장이었다고 한다. 2021년 호텔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영난을 이유로 정리해고한 12명에 포함됐다. 고 씨를 비롯한 해고노동자들은 호텔 측이 특정 노조를 겨냥해 부당한 해고를 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호텔 경영이 팬데믹 이후 다시 흑자로 돌아선 지금 부당하게 해고당한 노동자들을 복직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3년여 만에 국내외 여러 이슈들로 팬데믹은 어느새 기억에서 흐릿해져 갔지만, 팬데믹이 할퀴고 간 크고 작은 상처는 아직 우리 주변에 남아있다. 팬데믹의 직·간접적인 영향이 얼마나 컸는지, 지금도 그 영향이 이어지고 있는지 여러 취재 현장에서 드러난다.
교회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대면 만남이 불가해 각종 평신도 모임이 활력을 잃었었는데, 2025년 현재 “올해 모임은 팬데믹 이후 첫 대면 모임이다”라는 말을 아직도 듣게 된다. 심지어 팬데믹 이전에도 감소 추세였던 교회 내 청년 활동은 타격이 더욱 컸다.
하지만 그만큼 이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희망과 밝음도 찾을 수 있다. 팬데믹 이후 첫 모임을 열게 된 사목자, 참여하는 신자들의 표정에는 모두 기대와 기쁨이 어려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희망의 낯빛이 팬데믹으로 삶의 결정적인 것들을 잃은 많은 이의 얼굴에도 나타나기를 바란다. 추운 날씨에도 철제 구조물 꼭대기에 올라가야 했던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형준 기자 june@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