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부분의 도시에 있는 성당에서는 매달 한두 번씩 클래식 공연이 열린다. 오르간 연주자는 물론이고, 피아니스트·앙상블·합창이나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편성으로 많은 연주자가 오간다. 아무래도 연주하는 장소가 십자가와 제단 아래이다 보니, 콘서트홀에서 연주하는 것과 비교하면 프로그램부터 울림·드레스 코드까지 달라진다. 좀더 점잖고 종교적인 곡, 그리고 무엇보다 저 높은 천장 위로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성스러운 울림이 더해지면서 더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성당에서 작품을 발표하거나 연주할 때면 리허설을 마치고 내부를 둘러본다. 유럽의 성당은 대부분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만큼 오랜 세월 동안 그곳을 거쳐간 예술가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개인적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일이 있다면 네덜란드 하를렘에 있는 성 바보(St. Bavo) 대성당의 오르간에서 작품을 발표했던 것이다. 하이든·모차르트·멘델스존 등 역사적인 작곡가들이 연주했던 악기를 나도 직접 만져보고 소리를 내어보니 마치 그들과 정신적으로 연결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성당에는 교과서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미켈란젤로나 라파엘로 같은 화가들의 작품뿐만 아니라, 현대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다. 특히 이콘처럼 보수가 필요한 작품은 복원 중인 모습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해놓고, 옆에는 그 동네에 살고 있는 작가의 성미술 작품을 전시해 놓는 경우가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성당에 오는 사람들이 미사와 기도 외에도 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물론 우리나라도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 안팎에 여러 성미술품이 있고, 교회 미술을 전시하는 갤러리 1898이 있으며, 명동대성당을 비롯해 각 지역 주요 성당에서 연주회도 열린다. 나에게 특별했던 공연 중 하나를 떠올리자면, 지난 2020년 교우들을 위해 의정부교구 금촌본당 주임 신부님이 마련한 성모 승천 대축일 기념 공연이 있다. 오랜 친구이자 동료, 그리고 이제는 가족인 첼리스트 이호찬(요한 사도)과 함께했는데, 마스크 착용 의무와 거리두기가 있던 시절임에도 많은 분이 오셔서 서로에게 힘이 된 시간이었다. 여느 공연장 분위기와는 다르게 음악과 신앙이 하나되는 공간이다 보니 연주자와 관객이 서로 가깝게 느끼고 소통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그날의 좋았던 기억을 바탕으로 음반을 녹음하고 올해 초 ‘이른 봄에’를 발표했다. 그때 성당에서 많은 분이 듣고 좋아했던 클래식 가곡들,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며 듣기 좋은 편안한 음악들로 선곡하고 첼로와 피아노로 연주했다. 누군가에게는 마음의 위로가 되고, 삶의 여정을 조용히 성찰하며 안식을 얻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손일훈(마르첼리노)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