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포드, 영국 OSV] 영국 정부가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사 조력 자살(doctor-assisted suicide)을 합법화하는 정책을 지속하자 영국교회가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영국 가톨릭교회 최고 지도자인 웨스트민스터대교구장 빈센트 니콜스 추기경은 4월 6일 사목서한을 발표하고 영국 정부의 의사 조력 자살 합법화 법안을 “심각한 흠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니콜스 추기경은 사목서한에서 모든 인간 생명의 신성함을 강조하면서 “해당 법안은 충분한 숙고를 거치고 않았고 안전장치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의사 조력 자살 법안은 심각한 병을 갖고 있거나 임종을 앞둔 환자가 의사의 조력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종교계와 생명운동 단체들은 윤리적인 요소보다 개인의 판단을 우선하는 의사 조력 자살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사 조력 자살 법안은 2024년 11월 영국 의회에서 1차 심사를 통과한 뒤 본격적으로 종교계 등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러나 의회에서 법안 심의가 계속해 이뤄졌고 4월 25일 법안 통과를 결정짓는 투표가 예정돼 있다.
의사 조력 자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인간 생명권 문제만이 아니라 의료인들의 직업적 양심의 자유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잠재적으로 다른 형태의 조력 자살을 확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정부는 의사 조력 자살 법안을 반대하는 국회의원들과 생명운동 단체의 요청을 수용해 2029년까지 시행을 유예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