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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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봉사하는 상생의 정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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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또 한 번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탄핵, 파면하는 불행한 역사의 한 면을 겪었다. 그 이유와 과정이 어떠했든 간에 우리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로부터 시작돼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윤석열의 파면 선고로 끝난 이 사건을 참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국가긴급권의 무도한 발동으로 판단된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수많은 희생으로 독재정치에 저항함으로써 정치적 민주주의를 획득한 우리 국민들에게 공포와 충격을 자아냈다. 국회의 즉각적인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가 이뤄졌지만 이후 탄핵 정국을 지나는 동안 우리나라는 모든 분야에 걸쳐 혼란을 겪었고, 국민들은 분열돼 서로 적대시하는 비극적 상황에 놓였다.


우리는 겪지 않아도 됐던, 아니 겪어선 안 됐던 이 참담했던 상황이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라 마무리된 것을 다행스럽게 여긴다. 나아가 정치의 영역에서 벗어난 야만스러운 행위가 되풀이된 것에 대해서 결코 자괴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는 정당하고 지혜로운 저항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송두리째 파괴될 위험한 상황을 극복한 우리 사회와 국민들의 민주적 회복력에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 임무 수행 덕으로 절체절명의 순간을 극복했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합당한 절차를 통해 탄핵 심판의 지루한 여정을 바르게 이끌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 자부심을 가질 만하지만,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여전히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주교회의는 의장 이용훈(마티아) 주교 명의로 발표한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에 대한 입장에서, ‘법의 시간’은 일단락되고 이어지는 ‘정치의 시간’에 새 대통령을 잘 선출하도록 지혜를 모을 것을 희망했다. 모든 국민들과 함께, 너무나 당연한 그 희망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간과해선 안 될 일이 있다. ‘법의 시간’이 지났다 함은 헌정질서의 파괴 행위에 대한 법적 판단이 완료됐기에 더 이상의 논쟁은 무의미하다는 뜻일 뿐이다. 따라서 ‘법의 시간’이 온전히 일단락되기 위해서는 헌재의 심판대로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한 이 사건과 관련된 이들이 각각 그 잘못의 무게대로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 파면은 그 첫 번째 조치다.


특별히 우리는 종교의 이름으로 절대자에 대한 신앙을 고백하는 일부 종교단체와 종교인들이 내란을 선동하고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뒤흔드는 모습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개탄한다. 이번 탄핵정국 속에서, 이른바 극우 종교세력이 민주주의적 기본 질서를 부정하고 심지어 폭력 행사까지도 방조하고 조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모습들은 모든 종교에 공통되는 원칙으로서의 정교분리, 관용과 사랑의 정신에 어긋나는 일탈 행위이며 따라서 우리는 그 종교단체의 존재 의미까지도 의문시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일단락된 ‘법의 시간’에 이어지는 ‘정치의 시간’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당부를 가장 엄중하게 여긴다. 대통령은 그 권력을 국민에게서 위임받은 것이기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에 절대적으로 봉사해야 한다. 결코 자기 자신의 개인적 이해와 당파적 이익에 종사하지 않는 대통령을 뽑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입각한 헌정질서의 수호를 간절히 원하지만, 우리는 근본적으로 분열의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임을 잊어선 안 된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국민 통합 메시지’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서로에 대한 적대감과 증오가 확산되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우리는 모두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며, 한 공동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을 당부했다. 언제나 모든 일에는 정의가 앞장서야 하지만 그 정의는 사랑으로 말미암은 것이며 사랑을 향해 가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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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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