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은 40일간의 사순 시기 마지막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이다. 주님의 수난과 죽음·부활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성주간(聖週間)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을 당하셨지만 죽음을 통해 부활이라는 새 생명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다. 개인과 사회·교회까지 모든 공동체는 그간 겪어온 고통을 봉헌하고, 새로 다시 태어남의 희망으로 나아가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 고통을 받으시고자 예루살렘에 입성하셨다. 예수님은 사람들 손에 넘어가 죽게 되리란 것을 잘 아셨다. 또 그 고난을 인간적으로 감당할 수 없었기에 때마다 올리브 산에 올라 기도하셨다. 깊은 고뇌 속에도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자 애썼던 예수님처럼 우리 역시 각자 어려움 속에도 피땀이 흐를 정도로 기도하고 하느님 뜻에 따르고자 노력해야 한다.
예수님은 여러 차례 제자들에게 ‘유혹에 빠지지 말고, 일어나 기도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제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라고 기도하셨다.
우리는 살면서 숱한 유혹을 받는다. 내가 편할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취하고 남의 뜻을 쉽게 저버리거나, 상대의 처지보다 내 입장을 말하기 바쁘다. 나아가 같은 견해를 지닌 공동체에 소속감을 갖고 다른 뜻을 가진 이의 의견을 쉽게 왜곡·혐오해버린다. 인간 사회에 사랑보다 미움이, 용서보다 다툼이, 일치보다 분열이 더 잘 생기는 것도 유혹에서 비롯된다.
예수님께서 기도하신 아버지 뜻은 죽음과 부활로 하느님 나라를 보여주는 것이다. 때론 고난이 뻔히 보이는 길일지라도, 희생을 감내해야 할지라도 예수님은 아버지 뜻에 따라야 함을 보여주셨다. 우리도 유혹보다 결국 주님께서 더 큰 희망과 사랑을 주시리란 굳은 믿음을 갖는 데서부터 평화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