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 주교단, 인천 강화 최북단 교동도 찾아 한반도 화해와 평화 기도
주교현장 체험으로 2일 교동도를 방문한 김주영·손희송·조규만·문희종·정신철(왼쪽부터) 주교가 철책선 너머 북녘 땅을 바라보며 도보 순례하고 있다.
한국 주교단이 북한과 거리가 약 2.5㎞에 불과한 인천 강화군 최북단 ‘실향민의 섬’이자 ‘중립 평화의 섬’ 교동도를 찾아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를 기원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특별위원회 위원장 김주영 주교를 비롯해 조규만·정신철·손희송·문희종 주교는 올해 주교현장 체험으로 2일 강화도 교동도 일대를 순례했다.
교동도는 휴전 직전까지 황해도 연백군과 경기도 강화군(현 인천 강화)을 연결해주던 마을이었다. 전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연백군민들이 교동도에 정착해 원주민들과 땅을 경작해 양질의 쌀을 생산하고 있다. 휴전 이후 단 한차례의 군사적 충돌도 없어 평화의 섬이라 불린다.
교동도에는 북방 선교를 위해 설립된 순교자의 모후 전교 수녀회가 운영하는 화해평화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주교들은 화해평화센터에 집결해 인근 하점본당 교동공소에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를 바친 후 고구저수지 초입에서 망향대까지 도보 순례했다. 주교들은 철조망 사이로 연백평야와 교동도를 가로지르는 한강하구 중립 수역을 바라보며 분단의 아픔을 되새겼다.
김주영 주교는 “바로 앞 북녘땅이 보이는 철조망을 따라 걸으니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의 애환이 느껴졌다”며 “하루빨리 철조망이 없어져 서로 왕래할 길이 열리길 바란다”고 했다. 또 “올해는 광복 80주년이자 분단 80년, 동시에 원폭 투하 80년”이라며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고, 핵전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교회 구성원 모두의 기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주교들은 실향민들이 고향 땅을 바라보며 제사를 지내려 세운 망향대에 올라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작성해 철조망에 걸었다. ‘망향대 지킴이’로 불리는 가수 안도씨가 북한 가요 ‘임진강’을 주교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손희송 주교는 “고향이 최전방 연천이라 어렸을 때부터 접경 지역 모습을 많이 봐왔다”며 “망향대에 올라 고향을 코앞에 두고 가지 못하는 실향민의 아픈 마음을 다시금 느꼈다”고 했다. 아울러 “하느님께서 허락하시어 왕래라도 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주교들은 이어 연백시장의 모습을 재현한 대룡시장을 방문하고 센터로 돌아와 연백군 출신 실향민 최종대(요한 세례자, 90)씨와 대화 시간을 가졌다. 최씨는 6·25전쟁이 발발하고 이듬해 한강하구를 건너 교동으로 피난왔다. 그의 나이 16세였다. 전쟁이 멈추면 강 건너 보이는 고향 땅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70년 훌쩍 넘는 세월을 바라만 보고 있다. 그는 고향을 그리며 서울에서 매일 같이 교동도를 방문하고 있다. 최씨는 “하루빨리 왕래길이 열려 살아있을 때 한 번이라도 고향 땅을 밟아보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교동도를 관할 구역으로 하는 인천교구 교구장 정신철 주교는 “주교회의 차원에서 교동도를 방문하게 돼 감사한 마음”이라며 “전쟁이 아득히 먼 옛날 이야기로 여겨지는 이 시대에 철책선을 따라 걸으니 민족 분단의 아픔을 더 깊이 느낄 수 있었고, 북한 형제들을 위해 진심으로 기도할 수 있는 은총 가득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