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대통령 탄핵 인용에 대국민 성명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된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6번출구 앞에서 윤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뉴시스
정치인에 존중·상생의 정치 요청하고
우리나라에 진정한 평화 구현되길 희망
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8인 전원 일치된 선고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 인용됨에 따라, 앞으로 대한민국 정치가 사회통합을 더욱 향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파면을 선고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안국동 헌재 앞을 비롯해 집회 현장 곳곳을 찾은 시민들 사이에선 인용에 대한 기쁨과 대통령 직무 복귀를 희망하던 이들 사이의 탄식이 교차해 흘러나왔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의결 111일 만에 대통령이 탄핵되기까지 우리 사회는 사분오열 갈라졌다. 외교·안보·경제 등 모든 분야가 정치 불안정과 혐오의 소용돌이 속에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한국 교회는 헌재의 대통령 탄핵 인용 선고가 나오자 즉각 성명을 내고, 우리나라에 진정한 정의 실현과 평화가 구현되길 희망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4일 성명에서 “우리나라의 국가 권력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화합을 이루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길 당부한다”면서 “특히 정치인들은 상대를 존중하며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는 상생의 정치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사회적 화해와 공동선의 실현을 위해 책임과 도덕성을 갖춘 지도자를 선출하는 절차가 민주적이고 성숙하게 실현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주교는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에게서 위임된 권력,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권력”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언제든지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정치의 근본임을 깊이 인식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도 7일 대국민 메시지를 내고 “이 순간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서로에 대한 적대감과 증오 확산”이라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세워진 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는 만큼 화합을 이뤄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정 대주교는 이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질서를 유지하고,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 적극 협력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사랑과 용서의 정신으로 서로를 품고, 미래 세대에게 보다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를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모두 절제와 인내의 미덕을 발휘하자”고 거듭 당부했다.
비상계엄 이후 교회도 내적으로 신자들 각자의 견해가 극명히 갈리면서 적잖이 어려움을 겪었다. 함께 전례와 성사에 임하는 신앙생활과는 별개로 탄핵 정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 미사 후 회합에서나 메신저 단체방에서 자칫 ‘정치’ 얘기를 잘못 꺼냈다가 크고 작은 분열이 일기도 하고, 일부 본당 사목자들도 신자들의 각기 다른 입장을 고려하느라 힘든 상황을 맞는 경우가 많았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총무 하성용 신부는 “사회가 화합하고 통합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가 민주적 절차의 당위성을 인정하고 절차와 과정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며 “정치권도 각자 생각을 존중해야 하며, 시민들도 공동체 의견을 존중하며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시에서 탄핵 선고 현장을 찾은 유은빈(23)씨는 “탄핵 인용 결정이 났다고 해서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정말 희망찬 사회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했다. 대학생 이의경(23)씨도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공감하는 사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세 번째, 파면 인용은 두 번째다. 이날 헌재의 결정으로 우리나라는 60일 이내에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국무회의에서 6월 3일로 선거일을 공고해 ‘장미 대선’을 예고했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