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북한 황해도와 불과 2.6km 떨어져 있는 우리나라 최북단 마을 인천 교동도.
분단 80주년을 맞은 올해, 한국 주교들이 올해 첫 주교 현장체험으로 남북 접경지역인 교동도를 찾았습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가 마련한 현장 체험에는 춘천교구장이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장 김주영 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 원주교구장 조규만 주교, 의정부교구장 손희송 주교, 수원교구 총대리 문희종 주교가 참여했습니다.
주교들은 해안철책을 따라 4km를 걸어 1988년 실향민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세운 망향대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주교들은 바다 건너 북녘 땅이 보이는 철책을 따라 걸으며 남북의 평화와 용서, 화합의 필요성을 되새겼습니다.
그리고 철책 너머 북녘 땅을 마주보며, 화해와 평화를 위한 기도를 바쳤습니다.
<김주영 주교 / 민족화해위원장>
"남북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 / 우리 먼저 한마음으로 신앙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따라서, 선을 향해서 우리가 하나 되고 일치할 수 있는 그런 기도가 먼저 이뤄지고, 먼저 우리가 그렇게 살아야 갈라진 민족하고도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지 않은가…….“
교동도는 6·25전쟁 당시 황해도에서 온 피난민 약 3만 명이 실향민 집성촌을 이룬 곳입니다.
현재는 남북이 무기를 소지하지 않기로 약속한 '중립 수역'으로, '평화의 섬'으로 불립니다.
평화의 섬으로 불리는 땅이지만, 분단의 상처를 여실히 보여주는 땅이기도 합니다.
주교들은 강대강으로 대치하는 남북관계를 우려하며 '힘의 논리'가 아닌 대화와 화해를 통해 평화를 되찾길 기도했습니다.
<정신철 주교 / 인천교구장>
"우리가 지금 드리고 있는 평화를 위한 기도는 우리 남북의 대치 관계 속에서도 힘의 논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로 대화하고 화합하고 용서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우리가 다시금 깊이 느끼고 다짐하는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라고 볼 수 있고...“
현재 교동도에 살고 있는 실향민은 30여 명.
16살에 들어와 올해 90살이 된 황해도 출신 최종대씨는 여전히 평화를 염원하고 있습니다.
<최종대 요한 세례자 / 실향민>
"싸우지 말고 평화적으로, 주님 뜻에 맞는 생활을 해서 왕래하고 / 그러면 그게 평화 아니겠어?"
주교들은 실향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깊은 위로를 전했습니다.
손에 닿을 듯 가까운 북녘 땅을 바라보며 올린 주교들의 기도.
화해와 평화를 간절히 염원하는 주교들의 기도 소리는 북녘 땅을 향해 울려 퍼졌습니다.
CPBC 이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