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초대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가 지난 10일 선종했습니다.
1954년 한국에 파견된 두봉 주교는 '가난한 교회'를 지향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해 평생을 헌신했습니다.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은 두봉 주교의 영원한 안식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김정아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기자] 초대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 지구별 선종미사가 시작된 11일.
안동교구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이 목성동주교좌성당으로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평일 낮에 봉헌된 미사였지만, 성당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미사에서는 많은 이가 눈물을 흘리며, 두봉 주교를 추모했습니다.
교구 함원식 신부는 미사 강론에서 "사랑으로 한평생을 살아낸 분"이라며 두봉 주교를 기렸습니다.
<함원식 신부 / 안동교구 갈전 마티아본당 주임>
"(주교님께서는) 여기 모인 우리 모두에게 이렇게 또 말씀하시겠죠. 고마워요, 이러겠죠. 하지만 그 말씀은 우리가 드려야 될 말씀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교님."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는 "두봉 주교는 종교를 뛰어넘어, 모든 사람에게 예수님의 사랑을 베푸신 분"이라고 회고했습니다.
<권혁주 주교 / 안동교구장>
"평생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고통받는 사람들 챙기면서 그렇게 사셨고…우리도 그 정신을 우리 교구가 이어받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두봉 주교에게 사제품을 받은 이춘우 신부는 "두봉 주교는 늘 닮고 싶은 삶의 본보기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춘우 신부 / 안동교구 원로사목사제>
"하느님께 물어봤지요. (하느님께서) 내 일꾼 중에 일 잘할 일꾼 하나를 찾았는데 그분이 두봉 주교였다, 이렇게 말씀하신 것 같아서 아 맞다, 참 좋은 일꾼을 보내주셨다. 이렇게 난 기억하고 있어요."
5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온 이춘자 수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두봉 주교는 존경하는 스승이자 영적 은인"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춘자 수녀 /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
"당신 선물 받은 거를 다 가지고 오셔서 포장도 뜯지 않고 다 이렇게 어르신들과 직원들 사용할 수 있도록 나눠주셨고 평생을 근검절약하시면서 사랑으로 살다 가셨으니까 저는 성인이라고 생각하고…"
은퇴 후 20여 년을 함께한 마을 신자들의 기억 속에 두봉 주교는 '작은 예수님'이었습니다.
<한석화 린다 / 안동교구 의성본당 봉양반>
"저희 주교님은 작은 예수님이에요. 진짜 날개 없는 천사입니다. 당신을 위해서 쓰시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옷 하나도 보면은 헤어져 있어요. 그래도 그걸 버리지 않고 그걸 입으시고 모든 것을 내어주시는 분입니다."
한평생을 가난 속에서, 사랑만은 넘치게 살다 간 두봉 주교.
두봉 주교는 수많은 이의 기도 속에 주님의 품에 안겼습니다.
CPBC 김정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