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파면으로 시행되는 대통령 선거가 6월 3일로 결정됐습니다. 지난 8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해 이를 확정했습니다. 아울러 정부는 국민이 편하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선거일이 확정되면서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습니다.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은 이미 불이 붙었습니다. 각 당은 대선 모드로 전환했고, 대선후보들의 출마 선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일부 후보는 예비후보로 등록하여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대선이 본격화되면서 경선 규칙을 둘러싼 당내 후보자들 간의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으로 열리게 됐습니다. 그렇기에 국론분열이 극심한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대선이 사회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바라던 열망을 뒤집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서로를 향한 비방전과 유튜버를 통한 가짜뉴스 살포가 기승을 부릴 수 있습니다. 지지층만을 바라보며 갈라 치기 식의 선거운동도 과열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최선의 투표가 아닌 거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에 투표하는 선거라면 우리 공동체는 또다시 큰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그렇기에 각 후보자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기를 바랍니다.
대통령 파면 이후 과도기 국정을 이끌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선거 관리도 중요합니다. 한 권한 대행은 선거 결과에 모두가 승복할 수 있도록 엄정하게 선거를 관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 대행이 특정 정당의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이 이어지는 건 당혹스럽습니다. 본인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출마 여부 질문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고 했다니 시민들은 황당합니다. 여기에 대통령 고유권한인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임자까지 지명한 한 대행입니다. 선거뿐만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여러 어려움을 헤쳐 나갈 중요한 시점에 한 대행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대선이라는 경기의 선수가 될 건지, 심판이 될 건지 빨리 결정하길 바랍니다.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유권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지난 시간 우리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 경험했습니다. 박물관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계엄을 경험했습니다. 갈등을 부르는 정치가 어떻게 주권자인 국민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에 임하는 국민의 선택에 따라 우리 공동체의 운명과 개인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진리와 교회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유권자들은 바른 선택을 해야 합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도 4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대통령의 권력은 국민에게서 위임된 권력,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권력”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다가오는 대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언제든지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마음가짐과 태도가 정치의 근본임을 깊이 인식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막오른 장미 대선, 대한민국 가른다>입니다. 2달여 동안 이어질 대선 운동 기간이 우리 공동체가 벌이는 민주주의 축제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