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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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월간 꿈 CUM] 명강론 명강의 (2) 주님 수난 성지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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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THE PASSION OF THE CHRIST, 2004)'의 한 장면
=OSV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수난받으시는 내용입니다.

예수님의 수난 이야기에는 배신, 협작, 사기, 회유, 모함, 시기, 질투, 고통, 기대, 희망, 아픔, 슬픔, 위로 등 우리가 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접할 수 있는 모든 감정이 녹아있습니다. 그만큼 오늘 복음에는 우리들의 감정을 뒤흔드는 요소들이 많습니다. 나의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시켜 묵상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말입니다.

삶은 나의 통제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하는 대로 술술 풀리면 좋겠는데,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러한 것들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않으셨습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묵묵히 앞으로 향해 나아가십니다. 엄청난 고통이 예상되는 길인데도 말이죠.

실제로 예수님의 행적에는 인간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점이 많습니다. 너무 어이없이 체포되십니다. 그리고 저항도 하지 않으시고, 스스로에 대한 변호도 포기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마르 15,5)

왜 그러셨을까요. 왜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을까요.

우리는 좋은 것이 좋은 것이고, 좋지 않은 것은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내가 편안하면 좋은 것이고, 불편하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즐거우면 좋은 것이고, 슬프면 나쁜 것이라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과거에 많이 아파서 병원에 두 달 넘게 입원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갑자기 찾아온 고통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 고통을 거둬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곧 그렇게 아픈 것조차도 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닌, 하느님의 방식으로 다가오는 은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고통을 통해 제가 조금더 영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거든요.

한가지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저는 사제가 되기 전, 신학교 시절이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남들보다 길게, 11년 넘게 신학생 생활을 한 끝에 어렵게 사제가 되었습니다. 신학교 시절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공부도 잘하고, 기도도 잘하는 것 같은데, 저는 도저히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나는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는데,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하느님 존재와 신앙의 문제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너무나 힘들어서 신학교 교정을 걸으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런 고통을 겪으면서 ‘내가 반드시 신부가 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지금 그 이야기까지 다 하기는 힘들구요…. 신학교 생활 당시 힘들었던 이야기는 평일 미사 강론 때 이야기할 테니까, 그때 많이 들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평일 미사에도 많이 나오세요.(신자들 웃음)

어쨌든, 순탄하지 않았던 신학교에서의 생활조차도 나를 사제로 살게 하기 위한 하느님의 또 다른 방식이셨을 수 있습니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늦게 사제서품을 받는 과정 전체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기 위한 하느님의 은총이었습니다. 그 은총으로 저는 지금 여러분 앞에 서 있을 수 있게 됐습니다.

나에게 좋은 것만 하느님 뜻이 아닙니다.

내가 피하고 싶은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닙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닙니다.

환희의 신비 뒤에 고통의 신비가 따라오고, 고통의 신비가 없다면 영광의 신비는 불가능합니다.

예수님의 영광에 동참하는 것, 예수님의 부활에 동참하는 것은 예수님의 수난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고통과 수난은 위로받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수난받으십니다. 아멘.

* 이용삼 신부님의 강론을 들으시려면 유튜브 검색창에서 ‘이용삼 Joseph 신부’를 검색하면 됩니다.
 

 

OSV


글 _ 이용삼 신부 (요셉, 수원교구 백암본당 주임)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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