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축하합니다! 예수님께서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모든 이에게 희망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에게 오셨지만 단순히 죽음으로 삶이 끝났다면 믿는 이들의 희망은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부활로 믿는 이들은 구원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명동대성당을 비롯한 모든 성당은 장엄한 예식을 통해 희망에 대한 기쁨을 선포합니다. 저도 시청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부활 인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이 부활의 기쁨은 쉽게 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사순시기를 보내야 부활을 맞이할 수 있는 것처럼, 세상은 사순시기를 보냈고 지금도 보내고 있습니다. 12월부터 이어진 비상계엄은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 갔습니다. 나라는 탄핵 찬성과 반대로 갈라졌습니다. 혼란의 중심인 윤 전 대통령은 수 많은 괴변으로 더욱 나라를 혼란의 구렁텅이로 몰고 갔습니다. 산에는 큰불이 났으며, 땅은 꺼졌습니다. 미래에 대한 꿈을 포기한 일부 청년들은 혐오와 폭력으로 더욱 극우화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이들의 고통이 극심했습니다. 물가는 치솟아 이제 만 원으로 점심 한 끼 해결하기 힘듭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한국경제는 1 저성장의 불경기가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한국에서도 시작되었다는 이들도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높은 곳으로 올라가 “함께 살자”를 외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빚에 억눌려 줄폐업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발 관세전쟁으로 증시는 폭락했고 환율은 치솟았습니다. 이러니 OECD 자살률 1위가 대한민국인건 당연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절망을 이겨내는 희망이 있었습니다. 12월 깊은 밤. 비상계엄이 발표되자 국회로 달려온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각양각색의 응원봉을 들고 피땀으로 이루어낸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늘 그랬듯 나라가 어려울 때 나타난 사제와 수도자가 있었습니다. 유흥식 추기경의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는 말은 이 시대의 새로운 나침판이 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문은 내란을 걱정했던 우리 공동체의 선물입니다. 헌재는 “대화와 타협”을 새시대 정신으로 제시했습니다. 여기에 아무리 경제가 불황이어도 나보다 더 가난한 이들을 돕자는 따뜻한 마음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부활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완성돼 가야 하는 방향이며 목표입니다. 무엇보다 부활은 희망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처럼 우리도 부활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두 다리는 비록 땅을 디디고 있어도 우리의 머리는 하늘을 향하고 두 팔은 세상을 향해 벌려야 합니다. 어떤 혼란 속에 있더라도, 어떤 어려움이 닥쳐와도 우리는 부활을 믿고 희망을 말해야 합니다. 함께 걸으며 듣고 말해야 합니다. 너와 나는 적이 아니라 ‘우리’임을 세상에 전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의 부활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희망의 부활을 축하합니다>입니다. 온 세상이 예수님 부활의 기쁨으로 넘치길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