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살, 수단으로 갈아입다 日 나가사키대교구 홍찬기 신부
[앵커] 52살의 나이에 성소를 발견하고 사제가 된 이가 있습니다.
지난달 사제품을 받은 새 사제 홍찬기 신부인데요.
홍 신부는 법학을 전공하고 국회에서 일하다 뒤늦게 사제가 됐습니다.
이힘 기자가 홍 신부를 만났습니다.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 경당에서 봉헌되는 미사.
[VCR]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새 사제 홍찬기 신부가 국회에서 봉헌하는 첫 미사입니다.
홍 신부는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후 2011년 국회 도서관 법률정보개발과에서 근무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법에 대해 질의하면 답변하는 일이 홍 신부의 주요업무였습니다.
국회에서 근무하다 40살에 세례를 받은 홍 신부에겐 고등학생 때부터 해소하지 못한 궁금증이 있었습니다.
엔도 슈사쿠의 소설 「침묵」에 등장하는 예수님과 그동안 알고 있던 사랑과 평화, 자비의 예수님 모습이 너무나 거리가 멀게 느껴졌던 겁니다.
<홍찬기 신부 / 일본 나가사키대교구 후쿠에본당 보좌>
“왜냐면 제 안에서는 예수님에 대한 상(像)이 흔들려버렸거든요. 그런데 이것을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상담을 하면 또 이상한 사람이 되니까 계속 억누르고 있었죠.”
홍 신부는 밤새 기도하거나 휴가를 내고 성당에서 기도하며 주님께 매달렸습니다.
<홍찬기 신부 / 일본 나가사키대교구 후쿠에본당 보좌>
“직장에 가야될 사람이 (매일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으니까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직장에 있었던 일들을 수녀님께 말씀을 드렸죠. 수녀님이 ‘암만해도 성소 같은데?’”
홍 신부는 뒤늦게 성소를 발견하고 사제가 되고자 했지만, 나이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여섯 번이나 찾아간 곳이 「침묵」의 배경지인 일본 나가사키였습니다.
홍 신부는 오랜 기다림 끝에 45살에 일본 신학교에 입학했고, 52살인 올해 3월 20일 나가사키대교구에서 사제품을 받았습니다.
16세기부터 선교와 박해의 역사를 지닌 나가사키대교구에서 외국인 사제가 탄생한 건 홍 신부가 처음입니다.
홍 신부는 앞으로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이와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홍찬기 신부 / 일본 나가사키대교구 후쿠에본당 보좌>
“(만나는 모든 이의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그냥 계속 들어드리고 싶어요. 힘든 이야기, 필요한 것들 들어드리고 싶어요.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정치인들이 소통과 화합의 정치를 펼쳐줬으면 하는 바람도 전했습니다.
<홍찬기 신부 / 일본 나가사키대교구 후쿠에본당 보좌>
“대립해서 반목하는 정치가 아니라, 생각은 다르더라도 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그런 정치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한 형제입니다.”
CPBC 이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