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종들의 종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1일 선종했다. 2013년 이후 12년 동안 전 세계 가톨릭교회 하느님 백성을 이끌어온 교황은 안팎의 도전들에 직면해 있던 가톨릭교회가 새롭게 변화하도록 이끌어왔다. 그는 특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바탕으로 교회가 참된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로서의 모습으로 변화되고 그럼으로써 세상에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는 얼굴이 될 것을 간곡하게 호소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가난한 이들의 곁에서 스스로 가난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며 가난한 이들의 벗으로 살아가기를 원했다. 허름한 구두에 소박한 시계를 차고 소형차를 탄 교황, 해외순방 때마다 수단 자락을 한 손으로 챙긴 채 커다란 검은 가방을 들고 비행기 트랩을 오르는 교황의 모습은 그 자체로 우리들에게 감동이었다.
잘 사는 강대국보다는 작고 가난한 땅을 찾아 빈곤과 전쟁의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을 찾아다닌 그는 진정으로 가난한 이들의 벗이었다. 그는 분쟁으로 얼룩진 고통의 땅들을 찾아가 더 이상 폭력이 의미가 없음을 설파하고 폭력과 억압의 희생자들을 위로했다. 비록 모든 이들이 교황의 평화를 위한 호소에 응답하지는 않았다고 할지라도 분열과 갈등의 세계에서 그는 참된 평화의 사도요 중재자였다.
가난한 이들을 더 가난하게 만드는 경제 정의에 대한 그의 비판은 신랄했다. 혹자는 ‘돈의 우상 숭배’와 ‘도덕 없는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비판을 빌미로 그를 사회주의자로 매도했지만, 교황은 자신은 단지 그리스도인일 뿐이라고 응답했다. 그는 경제의 중심에 돈이 아니라 인간을 둘 것을 촉구함으로써 불평등과 배제의 경제체제를 비판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경직된 권위주의와 자기 경계 안에 안일하게 갇혀 있던 교회로 하여금 변방으로 나아가 야전병원이 되라는, 선교적 이상과 꿈을 일깨웠다. 성직주의에 빠져 있던 성직자들에게는 양의 냄새가 나는 참된 사목자가 되기를 요구했고 모든 믿는 이들에게는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절로 흘러넘치는 복음의 기쁨을 발견하고 전하기를 요청했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그의 사랑은 자연스럽게 공동의 집 지구가 처한 환경과 생태계 파괴의 위협으로 이어졌다.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교황은 자연생태와 인간생태가 모두 가난한 이들의 삶과 직결됨을 일깨우고 그리스도인들과 선의의 모든 이들이 공동의 집 지구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을 촉구했다.
특별히 우리는 지난 2014년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잊지 못한다. 당시 교황은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며 남북한이 평화로운 대화를 통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이뤄 나가기를 촉구했다. 교황은 특히 세월호 참사를 둘러싼 논란 앞에서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며 고통받는 이들의 처지에 공감하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가치를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 선출 당시부터 지금까지 추진해온 교회 개혁과 쇄신의 노력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바탕을 둔 교회 쇄신 노력의 정점이 된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가 막을 내려 이행단계에 들어갔다.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시노드는 그야말로 제삼천년기 가톨릭교회의 새로운 면모를 실현해 나가는 거대한 청사진이 아닐 수 없으며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직 수행의 큰 열매 중 하나다.
이제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이 그토록 사랑하던 예수 그리스도와 성부의 품에 안겼다. 그는 참으로 많은 과업을 이뤘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아 우리에게 남겨둔 과제들이 앞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대한 존경과 사랑만큼 우리는 그가 꿈꾸던 새로운 교회의 건설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