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는 21일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애도문을 발표, “한국 천주교회의 모든 구성원은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뵐 수 없음을 슬퍼하면서도 주님 품 안에서 편안히 쉬실 교황님을 생각하며 기쁨으로 보내드린다”고 추모했다.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종을 애도합니다’란 제목의 애도문에서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이시며 세계 평화를 위하여 온몸으로 일하시던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현지 시간 2025년 4월 21일 오전 7시 35분 지상 여정을 마치시고 하느님 품에 안기셨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천주교회의 주교단은 교황님께서 이러한 연대로써 인류의 죄악을 짊어지시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적 사랑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셨음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 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나라에서 여러 끔찍한 사회적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마음 아파하시며, 희생자는 물론 유가족과 더 넓게는 우리나라 국민 모두를 위로하셨다”고 회고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도 21일 “평생 복음과 사랑을 실천하신 교황님께서 이제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간절히 기도한다”고 전했다.
정 대주교는 애도 메시지에서 “교회를 ‘야전병원’에 비유하신 교황님께서는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가기를 강조하셨다”며 “2027년 서울에서 열릴 세계청년대회(WYD)를 앞두고 교황님께서 청년들에게 남기신 사랑과 격려의 말씀이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더욱 깊이 살아 숨 쉬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대통령 권한대행 애도 메시지 발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1일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에게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전 세계 천주교인들과 슬픔을 같이 하며 진심 어린 추모의 마음을 전한다”는 내용의 조전을 보냈다.
한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조전에서 “교황님은 ‘우리는 모두 형제자매’라는 가르침을 통해 인류에게 사랑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셨다”며 “평화와 화해의 삶을 실천하시며 평생을 가난한 자, 소외된 자들을 위해 헌신하셨다”고 말했다.
아울러 “2023 리스본 WYD 파견 미사에서 차기 2027 WYD 개최 장소로 ‘대한민국 서울’을 발표하신 것은 대한민국을 세계 평화의 중심지로 인정하고, 대한민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하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교황님께서 전 세계에 전한 사랑과 평화의 가르침을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가난한 자들의 친구였고, 소외받은 자들의 위로자였다”며 “종교를 떠나 수많은 세계인의 사랑과 존경을 받은 정신적 지도자를 잃은 슬픔을 대한민국 국민들과 함께한다”고 혔다. 이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해주셨던 데 대해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교황님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도 늘 기도해주셨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애도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통령 재임 중 바티칸을 두 번 공식 방문했을 때,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적극 지지해주셨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북한을 직접 방문할 뜻이 있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해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DMZ 철조망으로 만든 십자가를 교황님께 선물하며 한반도에서 꼭 뵙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씀드렸던 저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교황님의 격려와 성원은 우리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며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껴안아주고,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미사를 집전하시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교황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했다.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빈자(貧者)들의 교황, 프란치스코 교황이 금일 선종(善終)하셨다”며 “약자의 삶을 위로하고 보듬었던 헌신적 삶을 기리며 애도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은 “세계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셨던 교황 성하의 선종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아주 가난하고, 약하고,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이들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자신의 어록에 충실한 삶을 사셨다”고 기렸다.
또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홍준표·나경원·한동훈 경선 후보 등도 일제히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추모했다.
정의당도 논평에서 “여성과 무슬림의 발을 씻겨준 일, 교황청 장관에 최초로 여성을 임명한 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에 분명하게 평화의 목소리를 낸 일 등 그 고귀한 삶의 여정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전했고, 조국혁신당은 “사랑 앞에 어떤 수식도 붙이지 않는 실천으로 교황님의 가르침을 이어가겠다”며 영면을 기원했다.
종교계 애도 메시지
정교회의 영적 지도자 바르톨로메오스 세계총대주교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애도하며 “교회와 인류를 위한 그분의 많은 수고에 주님께서 보답해 주시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황은 충실한 친구이자 동반자였다”며 “사도좌에 오른 첫 순간부터 교회 일치와 인류의 선을 위한 형제적 우정과 협력을 지속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올해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기념해 세계총대교구청이 위치한 튀르키예를 방문하려 했던 교황의 계획을 언급하며 “차기 교황이 교회 일치 여정을 계속해 나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 김종혁 목사는 “생전에 지구촌 분단의 현장을 찾아 화해와 용서의 메시지를 남기셨다”며 “교황의 바람처럼 하루속히 지구촌의 모든 전쟁이 그쳐지길 기도한다”고 추모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교황께서는 불교와도 인연을 맺으시며 따뜻한 우정을 나누셨다”며 “‘인류의 큰 스승’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면서 큰 별이 지고 세상은 다시 어두워졌지만, 남기신 사랑과 헌신의 길은 우리 모두의 마음에 남아 있다”고 애도했다.
원불교 최고지도자 왕산 성도종 종법사는 “교황께서 (2014년) 한국 방문 시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해 기도하고, 종교 지도자들에게 평화와 비폭력의 길을 함께 걸어가자고 당부한 말씀을 원불교는 깊이 기억한다”고 전했다.
한국종교지도자협회도 “교황은 2014년 방한을 통해 세월호 유가족과의 만남을 비롯해 한국 사회에 큰 위로를 전하셨다”며 “따뜻한 미소와 겸손한 행보는 지금도 한국 국민의 기억 속에 살아 있다”고 애도했다.
각계 주요 인사
주교황청 이백만(요셉) 전 한국대사는 “교황께서는 '정의의 예언자'로 불리는 구약의 아모스 성인과 같은 분이셨다”며 “정의 앞에서는 어떤 시련에도 굴하지 않으셨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재임 시절 뵈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를 사랑하신 분”이라며 “한국 교민을 향해 ‘부지런하고, 지혜롭고, 봉사 정인도 강하다’라고 표현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던 교황님께서 하느님 품에 편안히 안기시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SNS에 “빈자의 친구로, 평화의 사도로, 시대의 양심으로 살아오신 교황님의 여정을 기억하겠다”며 추모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섬김받으려 함이 아니라 섬기고,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찾아다니며 사랑을 실천한 그분의 뜻을 지상에서 따라 걸었다”며 “취임 미사 때 당부하신 대로 우리는 희망의 빛을 찾아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전할 것”이라고 인사했다.
이상도 선임기자 raelly1@cpbc.co.kr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