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던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은 2014년 한국 사목 방문 당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위로했습니다.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미사에 초대하고, 충북 음성 꽃동네 희망의집을 방문해 장애인들과 노숙인들도 만났는데요.
이들이 기억하는 교황은 모습이었는지, 이정민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2014년 8월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셋째 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거행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식에 앞서, 교황은 차를 타고 광장을 순회했습니다.
수많은 인파 가운데 교황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 앞에 멈춰 섰고, 당시 34일째 단식 중이던 '유민아빠' 김영오 씨의 손을 잡고 위로를 건넸습니다.
김영오 씨는 당시 교황의 위로가 가장 큰 힘이 됐다고 회상했습니다.
<김영오 / 고 김유민 학생 아버지>
"걸어오실 때 그냥 손만 잡아줘도 고마운데 어떻게 세월호를 그동안 뉴스를 봐서 그랬는지 노란 리본을 달고 오셨어요. 그거 보는 순간 너무 힘이 났죠. 너무 감격스러웠고, 아마 최고 제가 힘들 때 최고로 힘이 되어 줬던 분."
김 씨는 교황의 선종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습니다.
<김영오 / 고 김유민 학생 아버지>
"선종하셨다는 소식 딱 듣자마자 제가 가장 힘들었을 때, 제가 가장 아파했을 때 저의 손을 잡아줬던 분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더 안타깝고. 그리고 가끔 세월호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신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도 정말로 진정한 어르신이었구나. 진정한 종교인이었구나. 가장 가슴이 아프고 먹먹했어요. 의지했던 마지막 한 분이 가셨으니까."
김 씨는 그러면서 당시 광화문 광장에 나와 있었던 세월호 유가족 모두 교황의 선종 소식에 큰 슬픔을 안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영오 / 고 김유민 학생 아버지>
"다 슬퍼하죠. 저희 또 안타깝게 생각하고. 가족들이 그때 "파파, 파파"하고 얼마나 소리를 질렀어요. 제발 만나달라고. 그랬는데 (같은 해) 11월달에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됐더라고요."
교황은 서울대교구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봉헌한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도 초대했습니다.
교황은 할머니들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위로를 전하며 묵주를 선물했습니다.
이용수 할머니는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용수 비비안나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저한테 오셨는데 제가 벌떡 섰어요. 일어서 버렸어요. 일어서 가지고 딱 교황님 손을 잡았어요. 그랬더니 그때 묵주를 주시더라고요."
이용수 할머니는 당시 교황에게 받은 묵주를 아직도 들고 다니며 큰 힘을 얻습니다.
<이용수 비비안나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그 묵주를 받고 나니까 어찌 그렇게 좋은 것보다도 세상에 다 내 것 같아요. 그때부터 참 살아 나온 게 내가 참 잘했구나. 어떻게 교황님을 만날 수 있을까. 나는 교황님을 만났다는 그 자부심이 항상 있기 때문에 마음이 즐거웠고 사는 게 힘들지 않고, 또 일본하고 투쟁하는 것도 힘들지 않고…"
교황은 충북 음성 '꽃동네 희망의 집'도 방문했습니다.
앞서 교황은 1년 전 예수의꽃동네유지재단 이사장 오웅진 신부와 상임이사 윤시몬 수녀를 바티칸에 초대했습니다.
윤 수녀는 당시 교황의 겸손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합니다.
<윤시몬 수녀 / 예수의꽃동네유지재단 상임이사>
"그분의 모습에서 겸손이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들어오시면서 열린 문을 닫고 들어오시더라고요, 직접. 그 대화 중에 겸손과 용기와 기도에 대한 말씀을 해 주셨거든요. 가장 낮은 자리에서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면서 만물을 이롭게 하는 땅과 같은 겸손을 지니라고 말씀하셨고…"
윤 수녀는 방한 당시 교황의 해맑았던 모습도 잊을 수 없습니다.
<윤시몬 수녀 / 예수의꽃동네유지재단 상임이사>
"노숙인 합창단들이 장애인 시설 희망의 집 앞에서 노래를 불렀거든요. 그때 막 더 크게 부르라고 막 손을 올리시면서 귀를 쫑긋하시면서 막 기뻐하시던 그 모습. 그리고 꽃동네 가족들이 공연을 했는데 의자에 한 번도 안 앉으시고 계속 서서 그 장애 아동들의 공연을 지켜보시면서 너무나도 환한 미소로 흐뭇해 하시던 겸손하신 교황님."
빛이 들지 않는 곳에 빛을 비춰준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을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속에 교황은 언제나 함께 하고 있습니다.
CPBC 이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