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5일
교구/주교회의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전문] 대전교구장 부활 메시지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당신과 화해하게 하십니다.”(2코린 5,19ㄱ)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 찬미 예수님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주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자비로우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아브라함을 불러 펼치신 구원의 역사가 그 정점에 이른 것입니다. 알렐루야!

 

하느님께서 아브라함을 부르실 때 그는 자식도 하나 없는 75세의 노인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축을 이끌고 풀을 찾아 돌아다니는 유목민으로 자기 소유의 땅은 한 평도 없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많은 자손을 주고, 그 백성이 살아갈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인간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엄청난 약속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그 말씀을 믿고 즉시 떠났습니다. 그리고 수백 년이 지나 이 약속이 이루어졌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종살이를 하던 이집트에서 탈출하여 40년 광야 여정을 거쳐 드디어 약속의 땅 가나안에 이르렀고, 다윗 왕은 이 땅을 정복하고 나라를 세웠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약속하시고 이루어주신 가나안 땅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자유를 누리며 행복하게 살 수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하느님께서 주신 이 땅이 마치 하느님 나라와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하느님의 말씀을 어기고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동산에서 추방되었듯이, 이스라엘 백성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라고 부른 그곳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고 온갖 우상숭배를 하다가 이민족에게 정복당하고 많은 이들이 유배를 떠납니다. 남의 나라 땅에서 수십 년 동안 온갖 고초를 겪으며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땅이 아니라, 하느님 말씀을 따르는 참된 신앙인의 공동체라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유배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말씀과 계명을 철저히 지키며 살고자 굳은 결심을 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사람의 힘으로 하느님의 말씀을 온전히 지킬 수 없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됩니다. 이것은 사람이 자신의 힘과 의지로 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사람의 힘으로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이 구약성경의 긴 역사가 증명하는 진리입니다. 구원은 인간을 창조하신 하느님으로부터 와야 합니다. 그때가 온 것입니다.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당신 아들을 이 세상에 우리와 똑같은 인간으로 파견하시어, 우리 죄를 용서하시는 속죄 제물로 희생하셨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선포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죄를 모르시는 그리스도를 우리를 위하여 죄로 만드시어,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의로움이 되게 하셨습니다.”(2코린 5,21)

 

그리고 그분은 죽으셨으나 부활하셨습니다. 그분의 죽음으로 우리의 죄가 용서되었고, 그분의 부활로 우리도 그분과 함께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이끌어내실 때 주신 자유와는 아주 다른 자유가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그것은 죽음으로부터의 자유이며, 영원한 생명과 함께 하늘나라의 상속자가 되는 은혜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성경은 주님의 십자가상 죽으심과 부활로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 이 은혜로운 사건을 하느님과 인간의 화해라고 선언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을 당신과 화해하게 하십니다.”(2코린 5,19) 이 말씀은 매우 깊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뱀의 유혹에 떨어져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죄를 지어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것은 인간이 스스로의 욕심과 의지로 하느님의 품을 떠나 갈라서게 된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하느님과 인간의 불화입니다. 그러나 이제 하느님께서 파견하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우리는 죄를 용서받아 하느님을 아버지라 부르고 하늘나라의 상속자가 되었습니다. 성경은 이것을 화해라고 부릅니다. 이 화해는 갈등을 일으키던 두 사람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화해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우리가 죄를 지어 하느님의 품을 떠나 불화가 생겼는데, 그 죗값을 하느님께서 치러주시고 화해를 이루어주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이처럼 하느님의 자비를 입어 하느님과 화해한 사람들입니다. 죄의 용서를 받아 하느님과 화해하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는 이 세상에 화해의 사도로 파견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매일 화해를 실천해야 합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사람은 믿음만으로 의롭게 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의롭게 됩니다.”(야고 2,24)

 

화해는 죽은 관계를 다시 살리는 부활의 기쁨입니다. 복음이 가르치는 화해는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하셨듯이 이웃 형제들의 잘못을 용서하고 형제애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부유한 이들이 가난한 이들을 진심으로 돌보는 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화해의 길입니다. 가난한 형제들을 진심으로 도와줄 때 우리 모두를 차별 없이 사랑하시는 하느님을 만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가진 이들이 자기 세력에 대한 욕심보다 정의를 실천하는 데에 헌신하는 것 또한 우리 사회에 매우 필요한 화해의 길입니다. 중요한 직분을 맡은 사람일수록 구성원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합니다. 모든 직분은 공동체를 성장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모두 주님의 말씀을 듣고 화해의 진리를 배우며 살아가는 진실한 신앙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자신의 성공에 너무 집착하면 이 힘을 잃어버립니다.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그러했고, 가나안 땅에서 이스라엘 백성이 또한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하느님을 닮게 창조된 존재이기에 주님께서 보여주신 자비와 화해를 실천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 부활의 축하 인사를 드리며 주님을 닮은 화해의 사도로 살아가기를 빕니다.

 

주님께서 부활하시어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알렐루야!

 

2025년 4월 20일 

 

예수님 부활 대축일에

 

대전교구장 김종수 주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4-29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5. 25

잠언 22장 11절
깨끗한 마음을 사랑하고 친절하게 말하는 이는 임금의 벗이 된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