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문희종 주교는 제15회 생명 주일(5월 4일)을 맞아 “과학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우리가 무엇보다 앞세워 지켜야 할 가치는 생명”이라고 강조했다.
문 주교는 ‘과학 기술 시대의 인간 존엄성’이란 주제 담화에서 “희년인 올해 생명은 우리가 지켜야 할 희망의 표징이자 우리 사회를 더욱 인간답게 만드는 본질”이라며 “과학 기술은 ‘하느님께서 주신 인간 창의력의 놀라운 산물’이지만, 생명의 가치와 인간 존재의 의미를 위협하는 새로운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문 주교는 최근 두드러지는 인공지능(AI) 발전에 주목하며 “과학 기술은 윤리적 고찰과 책임 있는 발전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며 “과학 기술이 단순히 편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발전하면 인간성을 상실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주교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가 생명을 먼저 선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묻게 된다”면서 조력 자살을 미화시킨 ‘조력 존엄사’ 법안 통과 시도도 지적했다. 문 주교는 “사회 곳곳에서 생명 자체를 거부하거나 하찮게 만드는 ‘죽음의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며 “예언자적 소명을 실천하는 가톨릭교회는 과학 기술로 발전하는 사회 속에서 최우선적 자리를 잃어버린 생명의 현실을 우려한다”고 전했다.
문 주교는 “과학 기술 시대에 우리는 더 인간다운 방식으로 관계 맺는 법을 배워야 한다”면서 “인간을 대체하는 데 기술을 쓸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봉사의 도구로 써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장 가난한 이들을 위한 선택 없이는 생명을 중심으로 한 인간 사회가 결코 세워질 수 없기에, 기술을 통한 인류 번영의 중심에 생명, 특히 가장 취약한 이들이 자리할 수 있도록 먼저 배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