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상 주교, 과학보다 생명 가치 강조AI 기술, 윤리·인간 존엄이 바탕돼야 생명주일 맞아 다양한 프로그램 진행
4일 생명주일을 맞아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 앞마당에 열린 생명 존중 문화 행사에서 한 아이가 임신 주수별 태아 모형 옆에 손을 대 크기를 재보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물질적 한계를 벗어나 생명의 존엄성마저 대체해 나가는 현실에서 우리나라 정치·사회가 생명을 먼저 선택하고 있는지 묻게 됩니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인재양성기금위원장 이경상 주교가 4일 생명주일을 맞아 주례한 미사에서 기능이란 잣대로 생명 존엄성을 무시하는 세태를 비판했다. 서울 생명위원회의 설립 20주년이기도 한 올해, 특별히 6월 3월 조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생명을 우선 선택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이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그리스도인은 죽음의 문화에 빠진 이들을 건져내는 어부가 돼야 한다”면서 “과학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우리가 무엇보다 앞세워 지켜야 할 가치는 생명이며, 그리스도인은 무엇에도 양보할 수 없는 생명을 수호해 희망의 표징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주교는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끈질긴 설득 작업을 펼쳤듯이 부활 신앙에는 하느님의 자상함이 스며들어 있다”며 “이는 자꾸 반복해 체험해나가야 하는 것이자, 서로를 죽음의 심연에서 낚아올리는 작업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인공지능(AI)은 다른 기술 혁신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퍼지고,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열어줄 최신 기술적 도구로 여겨진다”며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지난해 6월 G7 정상회의에서 연설하신 바와 같이 AI는 사회를 비인간화할 위험도 있으며, 이것이 불러일으키는 열광과 두려움 속에 우리는 언제나 모든 인간의 선을 위해 그 기술을 사용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아울러 “과학기술은 윤리적 고찰과 책임 있는 발전이 바탕이 돼야 한다”며 “인간은 기능과 관계없이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로서 존엄하고 동등한 생명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이날 미사에서는 제19회 생명의 신비상 수상자도 발표됐다. 명동성당 앞마당에는 생명위원회가 마련한 생명 전시·태아 안아보기 체험·생명 패널 퀴즈 맞히기·SNS 챌린지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됐다. 이날 봉사자로 나선 프로라이프대학생회 서온(그라시아, 인천가톨릭대 간호학과 4학년)씨는 딸 시아(루치아, 4)양을 21살에 가졌다. 서씨는 “어린 나이에 임신해 부모님을 비롯해 주변에서 많은 걱정을 했지만, 낳고 보니 아이를 키우면서 더 큰 것들을 얻고 있다”며 “태아 또한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인간 생명이라는 것을 전하고 싶어 봉사를 자원했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는 생명의 가치를 되새기고자 2011년부터 5월 첫째 주일을 ‘생명주일’로 지내고 있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