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면은 신문의 ‘얼굴’이다. 그래서 신문사들은 독자의 관심을 집중시키고자 가장 중요한 소식을 골라 1면에 싣는다. 1988년 5월 15일 그리스도 평화의 실현을 지향하는 ‘평화신문’으로 창간한 가톨릭평화신문도 마찬가지다. 37돌이 되기까지 1809호를 발행하면서 ‘좋은 1면’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국민에게 희망 안겨주는 정치를’
평화신문 창간호(제1호)가 세상에 나온 5월 15일은 한국 교회가 홍보 주일로 지내는 주님 승천 대축일이었다. 1988년 이날은 5·18민주화운동 8주기를 앞둔 동시에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시점이었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이 소속된 민주정의당이 참패해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됐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평화신문의 첫 머리 기사 제목은 이러했다.
‘광주 비극 솔로몬 지혜로 풀어야, 국민에게 희망 안겨주는 정치를’. 발행인(초대 이사장)이자 서울대교구장이었던 김수환 추기경을 인터뷰한 내용이었다. 김 추기경이 37년 전 독자들에게 전한 말은 2025년을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준다. “집권당은 의석 수 때문에 좌절감에 빠질 것이 아니라 이번 선거를 통해 역사의 교훈을 얻어야 하며 야당 또한 승리에 도취하기보다는 대화와 협력의 정당이 돼야 한다.”
김 추기경은 또 광주의 비극과 관련해 “정부가 진실한 자세로써 그 해결에 임한다면 국민은 미흡하더라도 점차 이해하리라 본다”며 “한꺼번에 모든 것을 확 풀어내는 묘안을 찾기보다는 ‘솔로몬의 지혜’를 구하면서 기도하는 마음을 가져야 문제의 해결에 접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하느님을 사랑하며 이스라엘 왕국의 태평성대를 이끈 현명한 임금 솔로몬의 지혜. 예나 지금이나 국민을 이끄는 지도자에게 진실로 필요한 덕목이다.
2009년, 최초로 호외를 내다
김수환 추기경은 평화신문과 평화방송 설립 자다. 그는 1988년 2월 18일 「서울주보」 제528호에 이런 글을 썼다. “신문·방송국 설립은 바로 무형의 성전을 짓는 일입니다. 신문·방송매체, 이 무형의 성전을 통해 우리는 언제 어느 곳에서든지 하느님의 말씀을 더욱 쉽게 듣고, 하느님을 더욱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습니다.”
김 추기경은 재임 내내 평화신문 1면을 장식한 단골이었다. 평화신문이 노사 분규로 1989년 7월 26일자로 휴간했다가 5달 만인 주님 성탄 대축일 복간했을 적에도, 1991년 소련이 붕괴하며 오랜 냉전의 끝이 보일 무렵에도 김 추기경이 등장해 독자들에게 기도를 당부했다. IMF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시름할 때에는 이웃 종교 지도자와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하는 김 추기경 사진이 1면을 장식했다.
김 추기경이 2009년 2월 16일 선종하자 평화신문은 창간 이후 첫 호외를 냈다. 2월 19일 발행한 ‘김수환 추기경 선종 특집호’였다. 1면 머리 기사 제목은 ‘‘사랑’ 당신이 남긴 가장 큰 선물’. 이와 함께 인자한 미소를 지은 김 추기경 사진과 생생한 명동대성당 빈소 표정이 담겼다. 선종 당일인 16일부터 19일 0시 50분까지 24만 9020여 명이 조문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출과 방한
평화신문 37년 역사상 호외가 발행된 횟수는 세 번.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지난 4월 21일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인공이었다.
2013년 3월 13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되자 평화신문은 이틀 뒤인 15일 ‘새 교황 특집’을 냈다. ‘새 교황 탄생에 전 세계 환호’라는 1면 머리 기사 제목 아래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손을 들어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사진이 크게 실렸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대교구장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료 추기경, 제266대 교황 되다’라는 설명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사를 새로 썼다. 첫 예수회 출신이자 1282년 만의 비유럽권 교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듬해 평화신문은 또 한 번의 호외를 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역대 교황 중 두 번째로 한국을 사목 방문한 것을 기념해서다. 8월 16일 발행된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특집’이다. 교황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를 시복한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순교자 124위 복자 반열에 오르다’. 현장의 생생한 감동을 고스란히 담은 시복미사 사진이 1면을 차지했다. 사진 설명은 이렇다. ‘광화문 시복식은 순교자들의 보편적 형제애를 나눌 수 있는 화해와 일치의 장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 뒤로도 가톨릭평화신문(2016년 제호 변경)은 프란치스코 교황 덕택에 기쁜 소식을 1면에 자주 실을 수 있었다. 한국인 세 번째·네 번째 추기경과 첫 번째 교황청 장관의 탄생. 성 베드로 대성전 외부 벽감에 세워진 한국인 첫 사제 김대건 신부 성상. 2027 세계청년대회(WYD) 서울 개최 확정 등.
프란치스코 교황이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있는 지금, 보편 교회는 새 목자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5월 7일 시작된 교황 선거(콘클라베)에서 제267대 교황이 선출된다. 가톨릭평화신문은 또 한 번 앞장서서 그 소식을 널리 전할 것이다.
가톨릭평화신문 37년의 기록
그동안 1면에 가장 많이 등장한 뉴스는 교황과 주교들의 탄생과 선종이었다. 가톨릭평화신문은 △교황 2명의 선출과 3명의 선종 △추기경 3명의 서임과 2명의 선종 △주교 43명의 탄생과 20명의 선종을 특필했다. 처음으로 1면에 실은 한국 교회 대규모 행사는 1996년 서울에서 열린 성 김대건 신부 순교 150주년 기념 신앙대회였다.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 신자 12만 명이 모였다. 앞으로 보도할 가장 큰 행사는 2027 서울 WYD가 될 터다. 종합 매체답게 1990년 4월 15일 평화방송 라디오 FM 개국과 1995년 3월 1일 평화방송 TV 개국, 2023년 3월 3일 OTT cpbc플러스 출시도 1면을 장식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