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일
사람과사회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조승현 신부의 사제의 눈] 새 교황이 한국에 온다

조승현 베드로 신부(CPBC 주간)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2015년 미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디서나 열렬한 환영을 받았는데, 특히 정치권에서 큰 박수를 받았다. 교황이 미국 국회의사당을 눈물바다로 만든 것이다. 당시 하원의장이던 존 베이너는 교황의 연설 중 연신 눈물을 흘리더니, 다음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눈물을 흘린 건 존 베이너만이 아니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국무장관이 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도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교황 앞에서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가톨릭 신자든 아니든 모두 울었다.

프란치스코 교황 앞에서 눈물을 보이던 미국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트럼프의 등장부터다. 그의 등장으로 극우·보수화 바람이 미국 교회에도 불었다. 특히 일부 신자들은 교회 가르침과 다른 보수적 주장을 했는데, 사람들은 그들을 ‘MAGA 가톨릭’이라 불렀다. ‘MAGA’는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구호였던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약자다.

‘MAGA 가톨릭’은 교회가 강력한 전통의 수호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회는 전통의 수호자로서 유구한 역사에 빛나는 전례와 교리를 지키는 일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회의 일은 믿는 이들의 구원과 개인의 윤리 지도에만 있다고 본다. 반대로 교회 내 여성 역할 확대, 성소수자 커플에 대한 축복 등 교회의 사회적 관심을 강하게 거부한다. 세상일은 세상이 알아서 할 테니 교회는 교회일(?)만 열심히 하라는 말이다.

무엇보다 ‘MAGA 가톨릭’의 보수적 주장 배경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인 사회적 관심이 있다. 그들은 교황의 사회적 관심이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찬미받으소서」로 대표되는 환경보호와 ‘람페두사 방문’으로 보인 이민자 환대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자동차와 같은 굴뚝산업의 쇠퇴, 취업시장에 저임금 이민자 유입에 교황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의 이민자 추방을 ‘MAGA 가톨릭’은 열렬히 지지한다. 현실에 바탕을 둔 종교적 열정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신념이 만나는 지점에 ‘MAGA 가톨릭’이 탄생한 것이다.

신앙생활도 변했다. 특히 청년 신자들의 보수화가 두드러진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미국에서 서품된 젊은 사제 절반은 자신의 성향을 전통주의·보수라고 답했다. 그레고리오 성가를 부르며 라틴어 미사를 하는 성당이 점차 늘고 있다. 미국의 586세대인 예수회 사제 제임스 마틴 같은 이전 세대의 자유주의·진보와 대비된다. 트럼프 취임 후 워싱턴에서 열린 낙태 반대운동 ‘프로라이프 행진’에 참여한 이들은 ‘MAGA’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쓰고 행진했다. 미국 대표 가톨릭 방송 EWTN은 가톨릭 내 전통주의 아젠다의 생산공장이 되어 교황청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그들에겐 신앙생활이 곧 대통령 선거운동이다.

그 절정이 트럼프의 교황 그림이다. 트럼프는 교황의 흰색 수단을 입고 십자가를 목에 건 그림을 개인 소셜미디어에 올려 ‘MAGA 가톨릭’의 마음을 흔들었다. 콘클라베로 어떤 교황이 선출되더라도 나는 ‘MAGA 가톨릭’ 여러분의 수장이라는 메시지다. 얼마 전 탄핵 대통령이 편지로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처럼 트럼프는 인공지능 이미지를 이용했다.

그러기에 다가올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무게감은 어느 때보다 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뒤따르는 새 교황은 아시아, 그것도 분단된 나라 한국에서 청년들을 만난다. 새 교황의 모든 말과 행동이 메시지가 될 것이다.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새 교황이 드러낼 메시지를 지켜볼 것이다. 어쩌면 2027 대회가 역사의 변곡점이 될지도 모른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5-07

관련뉴스

말씀사탕2025. 6. 1

시편 145장 15절
주님, 모든 눈이 주님께 바라고, 주님께서는 백성들에게 먹을 것을 제때에 주시나이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