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녹음이 짙어가는 5월, 우리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 공동체로서 cpbc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의 창립 37주년을 함께 맞이합니다. 혼란과 분열, 기술의 빠른 변화 속에 살아가는 이 시대에 우리는 더욱 강력하게 복음을 전할 사명을 품고 살아갑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그 사명을 다시 기억하며 하느님께 받은 은총과 책임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은 전쟁과 불신, 경제적 불안과 생명 경시라는 어두운 흐름 속에 놓여있습니다. 그럴수록 교회는 더욱 희망을 말해야 합니다. 교회는 절망을 넘어 복음을 선포하고, 사랑과 생명을 증언하는 공동체입니다. 모든 신앙인은 그 복음을 ‘자신의 자리’에서 살아내야 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안에서 그리스도의 빛을 증거해야 합니다.
2025년은 교회 전체가 기념하는 특별한 희년이며, 함께 회복과 치유의 은총을 청하는 해입니다. 희년은 하느님 안에서 잃었던 것을 되찾고 멀어진 관계를 회복하며, 공동체 전체가 새롭게 출발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교회 공동체로서 우리는 이 희년의 정신을 더욱 깊이 품고, 각자의 자리에서 하느님의 정의와 자비, 평화를 실현하는 일에 헌신해야 합니다.
이러한 희년의 의미 속에서 cpbc는 창립 37주년, 라디오 개국 35주년, TV 개국 30주년이라는 이정표 위에 지난 여정을 되돌아보며 하느님과 교우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cpbc는 단순한 방송사가 아닌, 복음의 다리를 놓는 사도직의 일원으로서 시대 요구에 응답해 왔습니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신앙의 언어를 전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세상과 교회를 잇는 미디어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올 한 해, 저는 우리 모두가 ‘건강한 다리’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사랑의 다리·협력의 다리·문화의 다리로서, 우리가 먼저 복음화하고 영성화할 때, 그 다리는 무너지지 않고 세상과 하느님을 온전히 연결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님께서 사목 교서에서 강조하신 “희망하는 교회, 순례하는 교회, 선포하는 교회”의 길을 걷는 데에 우리 모두가 함께하길 기도합니다.
cpbc가 창립 37주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단지 복음을 전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삶 안에 온전히 봉헌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깁니다. 사제가 제단 위에서 미사를 봉헌하듯이 우리 또한 각자 자리에서 그리스도께 일상과 사명을 봉헌하는 마음으로 임해야 합니다. 우리가 세상에 전하는 모든 말과 콘텐츠, 그리고 행동은 하느님의 은총이 흐르는 도구가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우리는 매 순간 신중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2025년 4월 21일 교회는 위대한 목자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종을 깊은 슬픔 속에 맞이했습니다. “주님의 자비는 그 끝이 없다”는 믿음으로 주변부에 다가가셨던 교황님의 삶은 오늘날 우리에게 깊은 복음적 질문을 남깁니다. 그분은 “희망은 어둠에 갇히지 않는 마음의 힘”이라 말씀하시며, 진리와 사랑의 언어로 시대에 응답하셨습니다. 교황님은 떠나셨지만, 그분의 정신은 우리가 나누는 복음 안에 살아있습니다. cpbc가 그 역할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 사장 조정래 시몬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