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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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 주일 특집] 교황의 성소 여정, ‘자비로이 부르시니’

다시 돌아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성소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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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으로 선출된 후 성 베드로대성당 발코니에 나와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OSV


“저는 죄인입니다. 그러나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와 무한한 인내를 믿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교황으로 선출된 후 수락하겠느냐는 질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같이 답했다. 곧이어 ‘자비로이 부르시니’를 사목 표어로 정했다. 하느님 ‘자비’에 대한 중요성은 이미 사제로 부르심 받았을 때부터 시작됐다. 성소 주일을 맞아 교황이 남기고 간 자서전 「희망」을 통해 하느님 자비에 힘입은 그의 강렬한 성소 여정을 다시 돌아봤다.

 

1953년 9월 21일, 17살의 교황은 본당 친구들과 오래전부터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아르헨티나에서 9월 21일은 모든 젊은이가 큰 축제로 여기는 ‘학생의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황은 전차를 타기 전, 산 호세 성당 근처를 지니다 마치 누군가 부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강렬한 순간이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으로 선출된 후 성 베드로대성당 발코니에서 신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OSV


매주 미사를 드리던 성당이었는데도 처음 보는 신부가 있었고, 자연스레 고해성사에 임하게 됐다. 교황은 “고해소에서 나왔을 때 이미 전과 다른 사람이 돼 있었고, 사제가 되겠다는 깊은 확신을 갖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날 오후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던 친구들은 결국 만나지 못했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주님께서는 이미 저를 위해 다른 약속을 마련해두셨던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으로 선출된 후 성모 마리아 대성전에서 기도하고 있다. OSV


교황이 고해성사했던 9월 21일은 성 마태오 축일이다. 베다 성인은 세리 마태오의 회심에 대해 강론하면서 한 구절을 전한다. “자비로이 부르시니.”

 

“이는 예수님께서 마태오를 바라보신 순간, 그 자비로운 눈길 속에 이미 선택이 담겨 있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훗날 저는 이 말씀을 주교 모토로, 교황 모토로 삼았습니다.”

 

이처럼 ‘자비’는 사제 성소로 부르심 받은 순간부터 선종 때까지 교황을 하느님께로 이끈 말이다. 이는 깊은 고뇌의 시간을 거쳐 나온 ‘죄인’이라는 고백에 대한 응답이다.

 

교황은 9월의 그날이 마치 번개를 맞은 것처럼 모든 것이 단번에 결정된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영혼 깊이 새겨진 깨달음이었지만, 사라졌다가도 다시 찾아오곤 했다. “인간의 영적 여정은 천천히 진행되고, 무르익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교황은 다시 본래 다니던 학교로 돌아갔고, 평소처럼 생활하면서 사제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교황은 그때 특별한 형태의 고독, ‘수동적 고독’을 체험했다고 전했다. “위기를 겪거나 무언가를 잃어서가 아니라, 뚜렷한 이유도 없이 찾아온 고독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두운 순간에도, 심지어 죄를 지었을 때에도, 주님께서 저를 버리지 않으셨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비는 제게 하느님의 신분증이었습니다.”

 

그렇게 고독과 공존하는 법을 배운 교황은 1956년 신학교에 입학했다. 이후에도 교황은 하느님 자비를 잊지 않기 위해 늘 스스로를 죄인이라 고백하며, 교황이 되고서도 15~20일마다 고해성사를 받았다.

 

“우리는 모두 죄인입니다. 제가 죄인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오히려 그때 가장 타락한 사람일 것입니다. 세리 마태오도 죄인이었지만, 그리스도께서는 그의 마음과 이름을 바꾸시어 사도로 삼으셨습니다. 그가 문을 완전히 닫아버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들어오실 수 있는 작은 틈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분께서는 저에게도 그렇게 하셨습니다. 제 영혼의 작은 틈을 통해 당신의 자비를 부어 주셨습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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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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