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희희 행사에 참여한 한 신자가 11일 서울 혜화동 동성중·고교 운동장에 마련된 부스에서 수도복 체험을 하고 있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11일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 성신교정 운동장에서 제62차 성소 주일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한 신자가 11일 서울 동성중·고교에서 수도자들이 마련한 수수(수도자와 수다) 행사에 참여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분위기를 미리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행사가 10~11일 서울 혜화동 일대에서 열렸다. 젊은이들이 성소와 선교, WYD를 두루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민 2025 유스 페스티벌 ‘희희희’가 바로 그것이다. 올해 희년인 동시에 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이자, 성소 주일(11일)을 맞아 열려 하느님 부르심의 의미를 함께 되새기는 등 이틀간 가톨릭대 성신교정과 대신학교, 동성중·고, 혜화동 거리 일대가 젊은이 신앙 축제 현장이 됐다.
10일 오후 8시 30분 서울 신학교 성당. 2025 유스 페스티벌 ‘희희희’의 전야 행사에 수백 명의 청년들이 모였다. 청년들은 이 자리에서 젊은이를 위한 기도를 바치고 어둠 속에서 묵상한 후 서울대교구 WYD 지역 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 주교 주례로 거행된 성체조배에 참여했다. 바쁘게 살아가는 청년들이지만 이 시간만큼은 기도 속에서 성체의 신비를 묵상하며 침묵하고, 기도에 집중했다.
이에 앞선 이날 오후 1시. 서울 동성중·고등학교 실내 체육관에서는 수도자들이 마련한 ‘OSEYO’ 콘서트가 열렸다. 수도자들은 공연장에서 ‘찐이야’ 같은 대중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생활성가 가사를 율동으로 표현하며 수도복을 휘날렸다. 거룩한 성사와 축제의 즐거움이 공존하는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를 작은 규모로 재현해낸 2025 유스페스티벌 ‘희희희’ 행사의 모습이다.
‘희희희’ 행사가 열린 서울 혜화동의 가톨릭대 성신교정과 동성중·고, 대학로 거리는 이틀간 ‘신앙 축제의 장’으로 변모했다. 서울대교구 WYD 지역 조직위원회와 각 수도회가 힘을 합쳐 젊은이들을 위해 축제를 준비하고 즐겼고, 참여한 젊은이들은 신앙을 체험하고 기도를 바칠 수 있는 자리가 된 것이다. 행사에 참여한 사람은 이틀에 걸쳐 신자·비신자 1만 5000여 명에 달했다.
4 서울 WYD 지역 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 이경상 주교가 11일 서울 혜화동 희희희 행사 중에 열린 만남 시간에서 한 청년 신자와 기념 촬영을 하며 미소 짓고 있다.
축제와 신앙을 한 번에
행사의 절정은 두 번째 날인 11일 펼쳐졌다. 원래부터 ‘신앙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 신학교와 동성중·고등학교를 넘어 대학로 거리에까지 축제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신자·비신자들은 진리(Veritas, 가톨릭대 성신교정)존을 시작으로 평화(Pax, 동성중·고)존과 사랑(Amor, 대학로 거리)존을 오가며 교구와 각 수도회가 마련한 축제를 즐기고 교회 가르침을 익히며 마음 속에 성소의 씨앗도 뿌렸다.
11일 대학로 거리에는 교구 WYD 조직위가 마련한 부스 40여 개가 길게 늘어섰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네컷 사진찍기와 요가, 퍼스널 컬러 찾기 등 즐길거리 부스부터 생명 보호, 생태 보전, 인신 매매 방지 등 교회가 전하는 가치를 알리는 부스까지 다양했다.
서울 WYD 조직위 총괄코디네이터 이경상 주교는 새 책 「기도, 사랑의 여정」 출간을 기념해 가톨릭출판사가 마련한 ‘주교와의 만남 부스’에서 신자들과 만나 사인을 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 주교는 200여 명 젊은이가 사온 책에 응원 문구를 적어주며 연신 “쫄지마!”를 외치며 용기를 북돋웠다.
또 오후에 열린 토크콘서트 ‘나, 너, 우리를 노래하다’에서는 천주교와 개신교·불교·원불교 등 4대 종단 성직자로 구성된 ‘만남중창단’ 공연이 호응을 얻었다. 각기 다른 모습이 화합한 만남중창단 성직자들은 가요 ‘나는 문제없어’와 ‘나는 나비’ 등을 부르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위로했다.
이날 친구와 함께 대학로를 찾은 비신자 김수한(21)씨는 “거리를 지나다 우연히 행사장을 찾았다”며 “즐거운 분위기 속에 축제를 즐기다보니 자연스럽게 종교가 무슨 일을 하는지 호기심이 일었고, 저와 같은 고민에 관해 답을 얻는 경험을 하게 되어 좋았다”고 전했다.
딸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중국인 신자 마옌(42)씨는 “신나면서도 거룩한 분위기가 동시에 느껴졌다”며 “젊은이들을 위한 WYD를 잘 몰랐는데, 이런 자리를 계기로 부모와 비신자까지 알게됐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한 김윤호(레오나르도, 43, 원주교구 고한본당)씨는 “한국 교회 신자라면 WYD에 대해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며 “아이들과 함께 편안하게 즐기는 것은 물론, 젊은이 신앙의 가치를 이해하고 신자로서 WYD에 함께해야 한다는 책임을 느낀 자리였다”고 기뻐했다.
신앙 속에 우리는 하나
이날 행사는 ‘한국 교회 축성생활의 해’를 맞아 각 수도회가 뭉쳐 각기 지닌 지향과 영성을 알리며 성소를 향한 꿈을 키워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동성중·고 일대에 수도회 영성을 소개하고 체험하도록 설치된 부스에는 수도자들과 대화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이날 부스는 수도회별로 설치했던 기존과 달리, 성모 마리아·예수성심·성 프란치스코·성 이냐시오·성 요한 보스코·한국의 순교자 등 공통된 영성을 지닌 수도회끼리 함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수도자들은 부스에서 성모 발현을 재현하기도 하고, 순교자의 삶을 느껴보도록 순교자를 연기해 보는 ‘순교극’ 이색체험까지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성소 주일 행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수도복 체험장은 물밀 듯이 밀려오는 청소년 신자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날 셀 수 없이 많은 청소년이 일일 수사·수녀가 됐다. 강영수(작은형제회) 수사는 “수도복을 입어본 많은 젊은이가 다시금 마음 깊이 주님 부르심을 생각하는 기회가 됐으리라 희망한다”고 전했다.
나아가 캘리그라피와 토종 씨앗 심기, 양말목 키링 만들기 등 체험 부스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수도회별 구분 없이 수도자들이 함께 유쾌한 모습으로 신앙을 전했다. 캘리그라피 봉사에 임한 신귀남(예수수도회) 수녀는 “이번 자리를 통해 수도자가 함께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단순히 웃고 즐기는 것을 넘어 체험 속에서 기도하고 신앙을 돌아보며 젊은이들이 하느님 부르심을 깨닫고 응답할 용기와 힘을 주시길 기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문세은(마틸다, 16, 서울대교구 이문동본당)양은 “멀게만 느껴졌던 수녀님·수사님이 더욱 친근하게 느껴져 좋았다”고 했고, 김하진(다니엘, 17 서울 공릉동본당)군은 “신앙생활을 이처럼 기쁘게 이어갈 수 있음을 배웠다”고 말했다.
성소 주일 미사에서 만난 WYD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서울 대신학교 운동장에서 주례한 제62차 성소 주일 미사는 3000명 넘는 신자들로 북적였다.
정 대주교는 성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유스 페스트벌 ‘희희희’를 통해 더 많은 젊은이가 주님 부르심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정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마지막으로 남긴 성소 주일 담화를 인용하며 “여러분의 젊음은 과도기가 아니라 하느님의 ‘지금’으로 삶을 선물로 내어주는 데에 너그럽고 충실한 응답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시며 부족한 우리이지만 타인을 위하여 자신의 삶을 내어주도록 부르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2027 WYD를 미리 체험한다는 ‘희희희’ 취지에 걸맞게 이날 미사 역시 다양한 언어로 봉헌됐다. 보편 지향 기도도 영어·스페인어·프랑스어 등으로 바쳤다. 국내 다양한 국적의 젊은이들이 함께하고, 기도에 집중하도록 한 것이다.
한국 내 독일어 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다는 프라이스씨는 “이날 행사 소식을 듣고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 왔다”며 “WYD를 향해 모두가 준비해야 할 것이 아직 많겠지만 이런 과정이 성공적인 대회 개최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칠레 출신 유학생 나탈리(21)씨도 “다른 나라 언어로 미사에 참여하고 장벽을 넘어 신앙 속에서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며 활짝 웃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