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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른 생명 가꾸며 보람 느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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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9일 아침. 풀과 나무, 꽃이 만발한 인천교구 부천 삼정동성당(주임 남재현 티모테오 신부)의 정원은 호미와 쟁기, 쪽가위를 들고 조경에 나선 신자들의 구슬땀으로 아름답게 가꿔지고 있었다.

 

 

마당 한복판에 섬처럼 조성된 십자가의 길 동산에는 신자들이 돌봐온 금낭화 무더기가 녹음 한가운데 분홍빛 생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자주색 진달래와 붉은 철쭉 덩굴 틈에는 하얀 튤립이 한 송이 피어 있었다. 사무실과 성모 동산, 사제관 앞 수십 그루 키 작은 소나무도 주기적으로 가지치기를 받은 가지런한 모습이었다. 대성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난간에 빨강과 노랑, 보라색 꽃 화분들이 놓여 있었다. 성당을 ‘푸른’(綠) ‘동산’(園)으로 가꾸는 본당 신자들의 모임(會)인 ‘녹원회’(회장 박상욱 베드로) 회원들의 솜씨다.

 

 

녹원회는 나무와 화초에 애정을 가진 신자들이 30여 년 전 결성한 단체다. 성당이 누구에게나 ‘오고 싶은 곳’이 되게 하고자, 올해 주임으로 부임한 남재현 신부의 응원을 받으며 2월부터 활동을 재개했다. 석 달 만에 후원회원과 활동회원 60명이 모였다.

 

 

10여 명 회원은 매달 첫째·셋째 토요일 아침 7시에 모여 성당 내 모든 교목과 관목 가지치기, 잡초 제거와 방제 작업, 거름주기, 화초 심기와 가꾸기를 하고 있다. 사다리차와 외부 전문가 손길이 필요한 키 큰 나무들의 가지치기 외의 모든 조경 봉사를 손수 한다.

 

 

“중요한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거든.”(L''essentiel est invisible pour les yeux,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중)

 

 

일부러 심지 않아도 훈풍을 타고 날아와 어느 틈에 뿌리 내려 피어나는 이름 모를 꽃들, 알아서 연초록빛으로 태동하는 새싹들…. 녹원회 활동의 보람은 자연 속 가만히 지켜봐야 보이는 창조의 신비를 찾는데 있다. 동산과 정원이 가시적인 것 너머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공간임에 눈뜨게 되자 잠깐의 편리함을 위해 “이곳에 주차장을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힘을 잃는다.

 

 

박홍(하상 바오로) 총무는 “하느님이 주신 아름다운 정원을 유지해, 신자가 아닌 이웃 주민들에게도 ‘성당은 이렇게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고 돌볼 줄 아는 곳이구나’라는 선교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 박현지(로즈마리) 씨는 “우리가 진정 아끼고 사랑해야 하는 푸른 생명들을 가꾸고, 성당에 오고 가는 교우들과 그 아름다움을 나누고 있다는 데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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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5-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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