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지역적 갈등을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 파푸아주 그리스도인들이 레오 14세 교황 선출 소식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장으로 재임하던 2003년 수도회의 인도네시아 진출 50주년을 맞아 파푸아주를 방문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파푸아주를 방문했을 때 찍은 수녀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파푸아 고유 음식을 먹고 지역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긴 여러 장의 사진들이 소셜 미디어에 널리 공유되며 네티즌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는 인도네시아에서 신학교를 포함한 여러 학교들을 운영하며 사회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파푸아주 그리스도인들이 레오 14세 교황 선출을 특히 기뻐하는 이유는 파푸아주가 인도네시아에서 그리스도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지만 정치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곳이기 때문이다. 파푸아주 전체 인구 430만 명 중 약 85가 그리스도인이며, 그 중 가톨릭은 30 정도다. 인도네시아 동부에 위치한 파푸아는 본래 네덜란드로부터 식민 지배를 받다 독립을 선언했지만 인도네시아는 암암리에 파푸아를 병합했다. 1960년대부터 파푸아의 독립을 쟁취하려는 세력과 인도네시아 정부군 사이에 충돌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충돌의 결과로 수천 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고, 세계 최대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금을 포함해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전락한 상태다.
파푸아주 그리스도인 등 주민들은 파푸아를 방문했던 새 교황이 지역의 문제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를 하고 있다. 파푸아주와 인도네시아 정부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교회 조직과 학자들,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대화를 촉구하고 있으며, 2024년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를 방문했을 때도 가톨릭 신자들은 십자가의 길 기도를 바치며 파푸아주 갈등이 평화롭게 해소되기를 기원했다.
인도네시아 파푸아주 티미카교구장 보피트워스 바루 주교는 “레오 14세 교황님은 파푸아 주민들이 매일 겪고 있는 어려움들에 대해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회원들로부터 전해 듣고 있다”며 “교황님이 가톨릭교회의 최고 지도자인 만큼 파푸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회 활동가이면서 가톨릭 신자인 솔레만 이틀라이 씨는 “가톨릭교회는 파푸아가 겪는 고통을 외면해 왔지만 레오 14세 교황님은 교회의 무관심을 끝내 주시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