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과 효심으로 이룬 성전-
<성전 건축>
이제 마무리를 할 때가 된 것 같다. 지난 10년간의 성전건립 과정을 기억에 의존해서 어쭙잖게 써왔다. 기억이 정확한지도 모르겠고 또 세세한 부분은 누락된 것도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때 그때 상세히 기록해 놓을걸...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어찌 됐든 다 적을 수도 없는 노릇... 이제 마무리를 해야겠다.
다만 한가지, 거의 10년에 걸쳐 성전 건립을 하다 보니...「성전 건축」에 관해 어렴풋이나마 눈을 뜨게 되었고, 감각이라면 감각도 생겼다. 그래서 나만의 개인적인 생각과 평가일 수도 있겠지만, 성전을 건립하고 건축하는 다른 신부님들이나 교우들과 공동체에 참고가 될까 하여 어설픈 제안을 해본다.
<기금마련>
이 부분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 웬만하면 본당 공동체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본당 형평상 불가피한 사정으로 외부 기금 마련을 택했지만... 가능하다면 본당 자체적인 능력과 역량으로 건축 예산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 인간적으로 부끄러움과 고달픈 피로도와 그 많은 시간 등등 …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아주 열악한 형편이 아니라면 본당 자체적으로 꾸준히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 좋겠다고 본다. 그래야 교우들이 ‘내 본당’.‘우리 성당’이라는 애착과 애정이 생기고 마음이 모아지고, 성전 건립을 통해 본당 공동체의 마음과 역량과 신심이 증진된다.
성전 건립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서울 대교구, 수원교구, 의정부교구를 집중 공략(?)했다. 거의 300개를 넘어 400개 가까운 성당을 방문하여 읍소, 구걸하며 간청하고 애걸하여 허락을 받고, 준비하고, 없는 사람 동원하고 … 토요일 특전 미사부터 주일 저녁 미사까지 … ㅠㅠ... 차마 못할 짓(?)이다. 육신의 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 핍진할 일이다. 마치 찔린 상처를 또 찔리는 듯한 아픔... 그러나 ‘해야 된다’는 사명감 ‘할 수 있다’는 확신과 자기최면, 또 주님께서 도와주실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에 차서 결국은 해냈다... 참으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물품판매>
나의 남다른 눈썰미와 동물적인 감각(?)으로 유구 특산품인 ‘인견이불’을 개발해 판매해서 적지 않은 실적도 거두고 ‘인견’을 수도권에 홍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어차피 형편이 어려워 기금 마련을 하는 거라면 ‘판매’ 방식 보다는 ‘순수한 신립’에 올인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본당의 열악한 재정 상황이나 공동체의 처지를 진솔하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면서 호소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고 감동을 준다고 생각된다.
‘무엇을 말할까~’하는 걱정은 성령께서 다 채워주셨다. ‘잔머리(?)’보다는 진심과 열정, 무엇보다도 기도로 가능하다. 그러면 반드시 은인들과 후원자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한국 천주교 신자들은 ‘하느님의 집(성전)’을 짓는 일에는 그 무엇보다도 진심이고 아낌없이 나눈다. 정말 기적이 따로 없고 고맙기 그지없고 은혜로운 일이다. 반드시 주님께서 천사들을 보내주신다.
<성전의 모양과 전례 공간>
설계도 건축도 문외한인 나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어떻게 설계를 해야 하며 어떻게 시공을 할 것인가? 감리와 감독은 또...
아무것도 몰랐기에 쫓아다녔고, 물었고, 배웠다. 일본까지 달려가서 소박하지만 정성이 깃들어 있는 아름다운 성당을 보고 확신을 가졌다. 내가 처음 신앙 생활을 했던 나의 신앙의 요람, 공주(중동)성당은 내 가슴 속에 가장 아름다운 성당, 성당다운 성당으로 아로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반드시 그런 모양으로 짓겠다고 결심했다. 다만, 똑같이 하기보다는 더욱 아름답고 튼튼하게 짓고 싶었다. 외양도 성당다워야 했고, 조경이 뒷받침되어야 했고, 무엇보다도 재단 부분이 은혜로운 공간이 되어야 했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성당을 가봤지만 제대 공간이 와 닿는 곳은 몇 군데 없었다... 교우들이(혹은 외인들도..) 성당에 들어섰을 때 제대를 바라보며 가슴에 느껴지는 또렷한 그 무엇(?)이 필요했다. 그 많은 성당을 다녀봤어도 제대를 바라보며 아무런 감흥도 느낄 수 없었다. 웬만한 웨딩홀이나 카페만도 못한 곳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고딕성당을 택했고, 제대 부분에서 거룩함과 은혜로움이 스며 나오는 비주얼과 느낌을 보여주려 애썼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스테인드 글래스였고, 십자가뿐만 아니라 그 아래에서 비통해 하시는 성모님과 제자 요한의 슬픈 표정이 필요했다.
색상도 중요하다. 창백하게 느껴지는 흰색 일색의 벽이 싫어 아이보리(미색, 밀크화이트)색상으로 벽을 꾸미고 제대와 기둥, 장궤틀 등은 모두 갈색(브라운톤)으로 꾸몄다. 그 두 가지 색상으로 성당 내부가 시야에 혼란을 주지 않고 차분하고 따뜻했다. 이를 위해 조명도 창백한 흰색(주광색)으로 하지 않고 전구색으로 했다.
내 눈썰미와 감각으로 볼 때에 색상, 사이즈, 모양이 거슬리면 바로 수정했다. 외부 벽돌도 가장 좋은(비싼) 빨간 벽돌(이화벽돌)과 전벽돌로 했고 기단석이나 손발이 잦은 곳은 화강석으로 했다.
의식적으로 명동 성당과 공세리 성당보다 예쁘게 하려고 무진 애를 썼다... 와서 보면 모두 그렇게 느낄 거라고 확신한다.
주제넘은 생각인지 모르지만, 대한민국에서 이렇게도 아름다운 성당이 또 있을까 싶다. 그야말로 여기에는 내 피와 땀, 눈물과 정성이 녹아 있다. 풀 한 포기, 꽃 한송이, 벽돌 한 장에도 한 사제의 10년에 걸친 눈물과 한숨, 열정과 기도가 어려있다. 정성을 아끼지 않은 수많은 사제들과 은인들이 이 모습을 보고 “아~ 내가 봉헌한 정성이 이다지도 아름다운 성전을 이루었다니~”하는 보람과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고 또 확신한다. 그저 감사할밖에~
<조경>
성당 못지않게 신경을 많이 쓴 것이 조경이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와 ‘아빠하고 나하고 놀던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피었습니다~~’라는 동요 가사처럼 성당이 꽃피는 산골이 되기를 바랐다. 마음의 고향, 영적인 본향...그래서 어릴 적 고향에서 보던 정겨운 나무들과 꽃나무를 많이도 심었다. 청매화, 홍매화, 살구나무, 목련, 배롱나무, 단풍나무, 느티나무, 참나무, 개복숭아, 영산홍, 꽃잔듸, 서광, ...그리고 성모님을 상징하는 장미를 거의 처바르듯 많이 심었다... 소나무, 명자나무 등등... 이 나무들이 해가 갈수록 활착이 되고 가지가 굵어지고 잎이 무성해지면 참으로 울창하고 예쁠 것이다.. 상상만 해도 즐겁고 풍성해진다~~.성당에 있는 나무 특히 큰 나무는 함부로 편의상 베어내거나 없앨 일이 아니다. 그 공동체의 역사를 드러내 주는 중요한 유산이다.
<제언>
이제 글을 맺기 전에 간곡한 심정으로 제안한다. 성전 건립하는 모든 사제들이 열과 성을 다하는 줄 알지만, 보다 더 정성을 들여 준비하고 꼼꼼히 확인했으면 한다. 한번 지어지면 50년~100년 이상도 유지될 수 있도록 튼튼하고 내구성 있고 부실 없고 그러면서도 성당다운 성당을 건축했으면 한다. 그저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기도하고 싶어지고 손이 모여지고 숙연해지는, 그리고 제대에서는 거룩함과 따스함이, 은혜로움이 묻어나오는 성당을 지었으면 좋겠다. 특히 젊은 신부님들은 여러모로 세심히 알아보고 배우면서 정성을 기울여 지었으면 한다. 그 많은 부채를 남기며 어설프게 짜임새 없게 짓는다면 얼마나 아깝고 손해 보는 일이며 그 부채는 또 누가 감당할 것인가..??
그래서 시간이 걸려도 예산이 어느 정도 마련된 다음에 건축을 시작해도 늦지 않으리라 판단한다. 그리고 성전 건축에 관한 생각과 정보, 좋은 의견들을 잘 수합해서 교우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업자들에게 다소 듣기 싫은 소리를 해서라도 부실 없이 짜임새 있게 공간을 실속 있게 지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너무 신자들의 편의만 도모하는 실용적이기만 한 성당보다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전례 분위기가 거룩하고 은혜로운, 기도할 수 있는 전당, 지성소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성당을 지었으면 한다. 그래서 장궤틀은 꼭 설치했으면 한다. 인간이 하느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과 체험을 통해서 기도의 맛도 더 깊이 느낄 수 있다고 본다. 대신 의자가 인체공학적으로 편하고 여성 교우들이 핸드백이나 가방을 놓아두기 편하게 했으면 한다.
교구장 주교님과 교구 건축 위원회는 건축을 서두르지 말고 특히 젊은 신부들이 건축에 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과 조언을 해주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건축 이전에 부지(땅)을 여유 있는 넓이로 확보할 수 있게 교구의 인재(평신도들 중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이 있다...)를 가동하여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종교 건축을 잘 아는 사제를 양성했으면 한다. 본당 사정을 본당 신부와 그 본당의 교우들이 잘 알기에 교구는 현황과 실태를 충분히 인지하고 확인해서 각 본당 성전 건축을 행정적으로 실질적으로 지원해주면 좋겠다. 교육을 백년대계라고 하는데 성전이야말로 백년대계라는 인식을 가지고 임했으면 좋겠다. 다 지어놓고 줄줄 새거나 부실이 되면 누가 책임을 지겠는가? 그리고 음향 설비는 성체성사 못지않게 중요하다. 말씀을 선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말 신중하게 검토하고 테스트해서 울리지 않고 또 너무 딱딱하지 않게 최적의 사운드를(스피치와 성가가 적절히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연출해야 한다.
할 말은 많으나 더 이상 어쭙잖게 떠드는 것은 소음이 되고 주제넘을 것 같아 이만 줄인다. 성전을 건립하고 건축하는 사제들과 공동체에게 축복을~ 더욱이 성전 건축에 기도와 도움을 아끼지 않으신 은인들에게는 더 큰 축복을~!\
- 대전교구 대동본당 주임 정필국 베드로 신부 -
(*) 지금까지 어쭙잖은 글을 싣게 해주신 가톨릭평화신문 관계자들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