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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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레오 14세 교황 즉위미사 강론

"하나되고 일치와 친교의 표징이고 화해된 세상을 위한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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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은 "우리의 첫 번째 큰 소망을 하나된 교회, 일치와 친교의 표징인 교회, 화해된 세상을 위한 누룩이 되는 교회로 삼고 싶다"고 밝혔다.

교황은 18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교황 즉위미사에서 "우리는 많은 불화를 보고 있고 증오와 폭력과 편견, 차이에 관한 두려움,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키는 경제 논리가 낳은 많은 상처들을 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교황은 "여러분의 믿음과 기쁨을 섬기는 종이 되어 하느님 사랑의 길에서 여러분과 함께 걷고자 한다"며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모두 한 가족으로 일치되기를 바라시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사랑과 일치, 이 둘은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맡기신 사명의 두 축"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우리는 겸손하면서도 기쁘게, 세상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자 한다"며 "그리스도를 바라보자. 그리스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자. 빛과 위로를 주는 그분의 말씀을 받아들이자. 그분이 하시는 사랑의 제안에 귀 기울이고 그분의 한 가족이 되자"고 촉구했다. 이어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라면서 "이것이 우리가 함께 걸어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신자에게 "성령의 빛과 힘으로, 우리는 하느님 사랑 위에 세워진 교회, 일치의 표징인 교회, 선교하는 교회"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면서 "곧 세상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말씀을 선포하며 인류를 위한 화합의 누룩이 되는 그런 교회를 세우자"고 당부했다. 다음은 전문

[전문]
사랑하는 형제 추기경 여러분,
형제 주교와 사제 여러분,
각계 지도자와 외교단 여러분,
형제자매 여러분,
 
저에게 맡겨진 직무를 시작하며 감사 가득한 마음으로 여러분 모두에게 인사드립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이렇게 썼습니다. “주님, 당신은 당신을 향하도록 우리를 만드셨기에, 당신 안에서 쉬기까지는 우리 마음이 불안합니다”(고백록Le Confessioni, 1,1,1).
최근 우리는 특별히 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선종은 우리 마음에 큰 슬픔을 안겨주었습니다. 그 힘든 시간 동안, 우리는 복음서에서 말하는 목자 없는 양들 같은”(마태 9,36 참조) 군중처럼 느꼈습니다. 그러나 부활절 주일에 우리는 그분의 마지막 강복을 받았고, 부활의 빛 속에서 우리는, 주님께서는 결코 당신 백성을 저버리지 않으시며 그들이 흩어지면 다시 모아들이시고 목자가 자기 양 떼를 지키듯”(예레 31,10) 지켜주신다는 확신 속에 그 이후의 날들을 보냈습니다.
 
이러한 믿음의 정신 안에서, 추기경단은 콘클라베를 위해 모였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과 경험을 지닌 우리는, 새로운 베드로의 후계자이며 로마 주교, 곧 그리스도교 신앙의 풍부한 유산을 지키면서도 이와 동시에 오늘날 세계의 문제와 불안과 도전에 직면하기 위해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목자를 뽑고자 하는 우리의 열망을 하느님의 손에 맡겼습니다. 여러분의 기도가 함께하는 가운데, 우리는 성령의 활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령께서는 우리를 마치 악기들처럼 조화롭게 하시어 우리 마음의 현들이 하나의 선율 안에 울려 퍼지게 하셨습니다.
저는 저의 아무런 공로 없이 뽑혔고, 이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형제로서 여러분에게 갑니다. 여러분의 믿음과 기쁨을 섬기는 종이 되어, 하느님 사랑의 길에서 여러분과 함께 걷고자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모두 한 가족으로 일치되기를 바라시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일치, 이 둘은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맡기신 사명의 두 축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이를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아버지에게 받으신 사명을 시작하신 티베리아스 호숫가로 우리를 데리고 갑니다. 인류를 악과 죽음의 물에서 건져내기 위해 그들을 낚는사명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호숫가를 지나시다가, 베드로와 다른 첫 제자들을 당신처럼 사람 낚는 어부가 되도록 부르셨습니다. 그분께서 부활하신 다음, 이제 이 사명을 계속하는 것은 그들에게 맡겨집니다. 몇 번이고 다시 그물을 던지고, 세상의 물결에 복음의 희망을 전하며, 모든 이가 하느님의 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인생의 바다를 항해하는 것입니다.
베드로는 어떻게 이 사명을 수행할 수 있을까요? 베드로 자신의 삶이 하느님의 무한하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체험하였기에 오직 이것이 가능하다고 복음은 말합니다. 심지어 그가 실패하고 예수님을 부인하던 때에도 그랬습니다. 이런 까닭에,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실 때, 복음은 아가파오’(agapao)라는 그리스어 동사를 씁니다. 이 말은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 아무것도 아끼지 않고 계산하지 않고 당신을 내어주시는 봉헌을 가리킵니다. 이에 반해 베드로의 대답에 쓰인 동사는 우리가 서로 나누는 우정의 사랑을 나타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요한 21,16) 하고 물으실 때, 그분께서 말씀하시는 사랑은 아버지의 사랑을 가리킵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에게 마치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절대 변하지 않는 하느님의 이 사랑을 네가 몸소 알고 체험한 다음에야만, 너는 내 어린 양들을 돌볼 수 있을 것이다. 오직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 안에서만, 너는 형제자매들을 위해 너의 목숨을 내놓음으로써 그 더 큰사랑으로 네 형제자매들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베드로에게는, “더 많이 사랑하고양 떼를 위해 자기 목숨을 내놓는 임무가 맡겨집니다. 베드로의 직무는 바로 이러한 자기희생적 사랑의 특징을 지닙니다. 로마 교회는 사랑으로 다스리며, 그 진정한 권위는 그리스도의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결코 강제로, 또는 종교적 선전이나 권력의 수단을 통해 다른 이들을 사로잡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언제나 오직, 예수님께서 사랑하셨던 것처럼 사랑하는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 자신도 예수님께서는 너희 집 짓는 자들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신 분”(사도 4,11)이라고 말합니다. 더구나 그리스도께서 반석이시라면, 베드로는 자신에게 맡겨진 이들을 지배하는 독재자가 되려는 유혹에 절대 굴복하지 말고(1베드 5,3 참조) 양들을 돌보아야 합니다. 오히려 그는 형제자매들의 믿음에 봉사하며, 그들과 함께 걸어가도록 부름 받습니다. 우리는 모두 우리의 세례를 통해, 형제적 친교와 성령의 조화, 다양성의 공존 안에서 하느님의 집을 짓도록 부름 받은 살아 있는 돌”(1베드 2,5)이기 때문입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이 말했듯이, “교회는 형제자매들과 화목하며 이웃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로 이루어집니다”(설교Discorso 359,9).
 
형제자매 여러분, 저는 우리의 첫 번째 큰 소망을 하나 된 교회, 일치와 친교의 표징인 교회, 화해된 세상을 위한 누룩이 되는 교회로 삼고 싶습니다.
우리 시대에 우리는 여전히 너무나 많은 불화를 보고 있고, 증오와 폭력과 편견, 차이에 대한 두려움, 지구 자원을 착취하고 가장 가난한 이들을 소외시키는 경제 논리가 낳은 너무나 많은 상처들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에서 일치와 친교와 형제애의 작은 누룩이 되고자 합니다. 우리는 겸손하면서도 기쁘게, 세상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자 합니다. 그리스도를 바라보십시오! 그리스도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십시오! 빛과 위로를 주는 그분의 말씀을 받아들이십시오! 그분이 하시는 사랑의 제안에 귀 기울이고 그분의 한 가족이 되십시오.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입니다. 이것이 함께 걸어야 할 길입니다. 우리 서로, 또한 우리 자매 그리스도교 교회들과 함께, 다른 종교의 길을 따르는 이들, 하느님을 찾는 이들, 선의의 모든 사람과 함께 걸어야 할 길입니다. 평화가 다스리는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러한 선교 정신이 우리를 살아 숨 쉬게 해야 합니다. 우리의 작은 울타리 안에만 갇혀 있지 말고, 세상에 대한 우월감을 느끼지도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차이를 지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각 사람의 개인적 역사와 모든 민족의 사회적 종교적 문화의 가치를 존중하는 그러한 일치를 이루기 위해서, 하느님의 사랑을 모든 이에게 전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지금은 사랑을 위한 때입니다! 복음의 핵심은 우리를 모두 형제자매가 되게 하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저의 전임자이신 레오 13세의 말씀을 따라, 오늘 우리도 이렇게 물음을 던질 수 있습니다. 이 기준이 세상 안에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면 온갖 분쟁이 종식되고 평화가 회복되지 않겠습니까”(회칙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 21).
 
성령의 빛과 힘으로, 우리는 하느님 사랑 위에 세워진 교회, 일치의 표징인 교회, 선교하는 교회, 곧 세상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말씀을 선포하며, 역사 앞에서 마음의 불안을 느끼고”, 인류를 위한 화합의 누룩이 되는 그런 교회를 세웁시다.
 
한 백성으로서, 형제자매로서, 우리 함께 하느님을 향해 걸어가며 서로를 사랑합시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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