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12일 바티칸 바오로 6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페루 출신 기자의 노트북을 내려다보고 있다. OSV
“평화는 우리 각 개인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고 경청할 때 평화는 시작됩니다. 이제 우리는 전쟁을 상징하는 단어와 이미지들에 ‘아니오’라고 답해야 합니다. 반드시 전쟁의 패러다임을 거부해야 합니다.”
레오 14세 교황은 선출 직후 처음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평화’를 거듭 강조했다. 교황은 12일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000여 명에 달하는 전 세계 기자들과 만났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부터 자신이 새 교황으로 선출되기까지 바티칸에서 열띤 취재로 보편 교회의 메시지를 전한 언론인들과 처음 대면한 자리였다.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연설문을 읽었지만,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답게 영어로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교황은 “언론인은 공격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경쟁의 문화를 따르지 않고 사랑으로부터의 진실을 탐색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교황은 감금된 언론인들의 석방도 촉구했다. 교황은 “교회는 진실을 갈구하다 투옥된 언론인들과 연대할 것”이라며 “그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강구하고자 용기를 가졌고 정의와 인권을 알리려 했다. 이들은 개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증진하도록 알리는 데 앞장섰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인간과 인공지능(AI)의 공존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교황은 “커뮤니케이션은 정보의 전달일 뿐만 아니라 인간과 디지털 환경이 대화하고 토론이 가능하도록 하는 문화의 창조”라며 “현재 기술 발전을 살펴보면 이러한 사명은 더욱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AI의 잠재력이 엄청난데, AI 기술은 모든 인류에 이익이 되도록 책임과 분별력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모든 편견과 원한, 광신, 증오의 소통에서 벗어나 힘없는 약자의 목소리를 듣고 모을 수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며 “(교회는) 침략의 말과 세상의 무력을 무장 해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여러분도 사랑과 평화에 대한 열망의 메시지를 전하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교황은 고향 미국 방문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현재로선 정해진 것이 없다”며 “교황이 아닌 프레보스트 추기경이라면 가능할 일”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올해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기념해 튀르키예 이즈니크(니케아)방문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교황청은 방문을 준비 중”이라고 했지만, 시기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정교회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 바르톨로메오 1세와 함께 니케아 공의회 1700주년을 기념하겠다고 약속하며 올해 중 방문할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