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교계 매체 내셔널 가톨릭 레지스터에는 제인 토마스제프스키(결혼 전 제인 킴, 이하 제인)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제인씨는 지난 4월 20일 주님 부활 대축일에 세례를 받고 처음 성체를 모셨다.
그런데 제인씨는 가톨릭 신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그가 103위 성인의 직계 후손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게 된 것이다. 제인씨는 이민자 2세대로 한국 교회는커녕 생애 동안 한국과 인연은 한국계 핏줄뿐이었다. 제인씨의 부모가 도미한 이후 제인씨는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서 나고 자랐으며 줄곧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원 석사까지 취득했다. 그의 남편 댄씨도 한 미국 정유기업에서 만났다. “그게 결정적이었어요. 나는 가톨릭 신자가 돼야 할 운명이구나.”
제인씨의 5대조 할아버지는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순교한 성 남종삼 요한 세례자다. 그의 외가가 남씨에 속한다. 남종삼은 103위 성인 중 가장 높은 벼슬에 올랐으며, 영국·프랑스와 동맹을 맺고 러시아에 남하를 저지해야 한다는 방아책을 흥선대원군에게 건의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하지만 쇄국정책의 강화로 천주교 탄압이 시작되며 병인박해 초기 서울 서소문 밖 네거리에서 참수됐다.
서울대교구 미아동성당에 게시된 성 남종삼(요한 사도)의 영정. 가톨릭굿뉴스
제인씨의 남편 댄씨도 이 사실을 듣고 놀라워했다. 그는 곧바로 남종삼 성인에게 가족·영육 간 건강을 전구하는 기도를 바쳤고, 성인을 기억하며 1학년·4학년 딸의 미래를 위해서도 기도했다.
“저는 성인과 관련된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어요. 가톨릭 신자였는데도 말이죠. 정말 짜릿했습니다.”(남편 댄씨)
부부 모두 사는 내내 신앙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인씨는 어릴 때 감리교회와 침례교회에 나갔지만, 신자가 되지는 않았다. 댄씨는 가톨릭 신자였지만 성인이 되고 미사에 자주 참여하진 않았다.
그러다 부부는 두 딸을 가톨릭 미션스쿨에 보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자신들부터 주일 미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가족 모두가 성찬례에 참여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첫 딸이 첫영성체를 받기 전 제인씨는 세례를 받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교리교육을 받으면서 미사에 꾸준히 참여했고 어릴 적 들었던 성가 ‘물가로 오너라’를 들으면서 교회에 더욱 빠져들었다.
“성령이 제게 오는 느낌이었어요. 성가를 부르면서 눈물에 젖기도 했죠. 그제서야 ‘제 자리에 왔구나. 내가 있을 곳은 여기구나’라고 느꼈어요. 기도의 아름다움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제인씨의 어머니 인자 킴(남인자)씨는 딸 가족의 세례와 강한 신앙심에 감사함을 표했다. 킴씨는 “1973년 이민 이후 교회에 가지 않아 죄책감을 느꼈는데, 제인이 응어리를 풀어준 느낌”이라며 “행복한 엄마가 여기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