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출신 교황, 야구 팬심 눈길인스타 개설 하루만에 열광적 반응디지털 리더십으로 전 세계와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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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14세 교황 선출 이튿날인 지난 9일 시카고 화이트삭스 구단이 홈구장 대형 전광판에 교황 탄생 소식을 알리고 있다. OSV
콘클라베 4번째 투표가 끝난 지난 8일 오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교구 소재 가톨릭 학교 학생들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내 흰 연기가 피어오르고 미국 출신 교황 레오 14세가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자 교사와 학생 할 것 없이 일제히 환호했다.
이 학교 교사 바키타 카렌지씨는 미국 가톨릭통신(CNA)에 “학생들은 소리를 지르며 연호했고 교실 안을 뛰면서 웃음이 떠나가지 않았다”며 “아이들이 새 교황 탄생을 위해 모두가 하나 된 모습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내 교실에선 미국 국가가 제창됐다.
이곳 학생인 벤자민 리군은 “교황님은 세계 여러 곳에서 활약하신 만큼 곳곳에 가톨리시즘을 전파할 것”이라고 했다. 페루계 학생 앨리슨 드 리버양도 “그는 또한 페루 사람”이라며 “나도 페루사람이다. 정말 기쁘다”고 환호했다.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SNS에는 미국 내 가톨릭 학교 학생들이 새 교황 탄생 순간을 TV로 함께 지켜보며 환호하는 영상이 다수 포착되고 있다.
미국 전역이 자국 출신의 새 교황을 얻은 기쁨에 도취됐다. 미국인들은 신자·비신자 할 것 없이 미국인다운 방식으로 레오 14세 교황을 응원하고 있다. 교황의 고향인 시카고 소재 피자 매장 오렐리오 피자는 ‘교황’이라는 이름을 붙인 피자(Pope-eroni)로 출시했다. 이 매장에서 교황은 유년기부터 피자를 즐겼다고 알려졌다.
교황이 전부터 “야구는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고 발언할 만큼 야구 마니아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카고를 연고로 하는 컵스와 화이트삭스 중 어느 팀이 교황의 ‘최애’팀이냐는 논쟁이 오가기도 했다. 교황이 백인이기에 백인·교외·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컵스가 교황이 응원하는 팀일 것이라는 설이 나왔지만, 교황은 화이트삭스를 응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트삭스는 공식 홈페이지에 팀이 지난 2005년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1차전 경기 중 한 영상클립을 게재했다. 이 영상에서 교황은 화이트삭스 점퍼를 입고 응원석에 서 있었다. 교황의 응원을 받아서 화이트삭스는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SI)에 따르면 현재 교황의 이름과 모습이 새겨진 티셔츠가 화이트삭스 유니폼보다 더 팔리고 있다.
69세 교황이 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들도 회자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형 언론사들은 자국 출신 교황의 일거수 일투족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교황은 추기경 때부터 애플워치를 애용해왔으며, 8일 선출 직후 발코니에서도 애플워치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이 둘째 형 존 프레보스트씨와 통화할 때 페이스타임을 활용한 모습 또한 미국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때 교황은 존씨에게 “왜 전화를 안 받느냐”며 여느 형제와 다름없는 모습을 보였다.
교황은 선출 직후 13일 인스타그램 계정 ‘Pontifex’(다리를 건설하는 사람)로 인스타그램 페이지를 개설해 디지털 친화적 면모도 이어가고 있다. 첫 게시물은 하루 만에 댓글 약 124만 개가 달렸다. 전임 베네딕토 16세·프란치스코 교황 때 계정을 이어받은 것으로, 19일 현재 교황 팔로어 수는 1200만 명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