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대 위에 서 있는 우리는 연극 무대 위에 서 있는 배우입니다.
무대에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어떤 배우는 노인이나 중년의 역할을 맡기도 하고, 또 어떤 배우는 사업가나 장사꾼, 그리고 어떤 배우는 임금이나 하인, 혹은 군인이나 선생님의 역할을 맡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이 어떤 직책이냐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역할이 주어졌든 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충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하인 역할이 싫다고 무대 위에서 주인 행세를 하려고 한다면, 또는 거지 역할이 보잘것 없다며, 부자 역할을 하려고 고집한다면 그 연극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사실은, 어떤 역할이 자신에게 주어졌건 무대에 섰던 배우는 자신의 역할이 끝나면 반드시 무대 위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연극이 끝나고 무대 뒤에서 자신에게 맡겨졌던 역할의 옷을 벗고 나면 결국 모든 배우는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이렇게 배우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갔을 때, 그때는 하인 역할을 맡았던 사람이 오히려 임금 역할을 맡았던 사람보다 더 존경받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거지 역할을 맡았던 사람이 오히려 부자 역할을 맡았던 사람보다 더 훌륭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 삶을 마무리하는 날이 바로 무대에서 내려오는 날입니다.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는 “참~ 잘~ 했다”라고 칭찬해 줄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고향이라고 하면 자신의 육신이 태어난 곳만을 생각합니다. 자신이 어릴 적 자랐던 곳, 그곳만을 고향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영혼의 본 고향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도, 그리워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육신의 죽음을 통해서 영혼이 되돌아가야 할 영원한 안식처, 곧 우리의 본 고향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흔히 누가 죽으면 ‘돌아가셨다’라고 합니다. ‘돌아가셨다.’ 도대체 어디로 돌아가셨다는 말입니까? 도대체 어디로 가셨기에 원래 왔던 곳으로 ‘돌아가셨다’는 말입니까? 그것은 바로 우리 모두가 진정 그리워해야 할 우리의 본 고향으로 돌아가셨다는 말입니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분이 계시는 곳, 예수님께서 부활하셔서 계시는 그곳, 바로 ‘하느님 나라로 다시 돌아가셨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본 고향은 결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있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서의 삶은 단지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연극을 하는 것이기에 그저 타향살이에 불과할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본 고향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셔서 계시는 곳, 바로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 사실 나는 그 일을 하도록 파견된 것이다.”(루카 4,43)
그분께서는 수난을 받으신 뒤, 당신이 살아 계신 분이심을 여러 가지 증거로 사도들에게 드러내셨습니다. 그러면서 사십 일 동안 그들에게 여러 번 나타나시어, 하느님 나라에 관한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사도 1,3 참조)
그렇다면 하느님 나라는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예수님의 본 고향이자 우리의 본 고향인 하느님의 나라는 도대체 어디에 있습니까?
우리의 본 고향인 하늘은 우리의 손길이 전혀 닿을 수 없는 저 높은 곳, 우리와는 동떨어진 그 어느 곳에 있지 않습니다. 우리의 본 고향인 하느님 나라는 바로 우리 곁에, 우리 안에 이미 와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믿고 있는 예수님이 바로 우리의 하늘이요 하느님 나라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바쁘고 고달픈 세상살이에 지쳐서 땅만 보고 살지 말고, 가끔씩 저 높은 하늘을 쳐다보고 살아갑시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한바탕 크게 웃어봅시다! 우리가 쳐다보는 저 하늘, 우리가 돌아가야 할 저 하늘은 바로 우리의 본 고향이라는 사실도 잊지 맙시다!
글 _ 이창영 신부 (바오로, 대구대교구 대외협력본부장)
1991년 사제 수품.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사무국장과 매일신문사 사장, 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본당, 만촌1동본당 주임, 대구가톨릭요양원 원장을 지냈다.